'범인은 바로 이안에 있다' ... 미래의 코난은 '사물인터넷'
2014-07-10 14:02
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 아무도 침입한 흔적이 없는 밀폐된 오피스텔에서 한 남자가 살해됐다. 밀실살인사건이다.
목격자도 머리카락이나 지문, 발자국 같은 증거도 없다. 그러나 이 남자를 살해한 범인이 곧 잡혔다.
오피스텔에서 범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디지털 증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에어컨, TV, 냉장고, 로봇청소기 등 스마트가전에 부착된 각종 카메라, 로그기록 등이다. 이 같은 디지털 증거들을 분석한 기술이 있다.
'디지털 포렌식'이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현실로 도래하며 똑똑해진 스마트가전이 모든 범죄의 증거로 활용될 날이 멀지 않았다.
디지털포렌식 전문업체 지엠디시스템은 구글글래스, 갤럭시워치, 스마트기어 등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사물인터넷 포렌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지엠디시스템은 PC 등의 디지털포렌식은 물론 모바일 포렌식 등 포렌식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기업이다.
포렌식은 ‘컴퓨터 법의학’이라 불린다. 전자증거물을 사법기관에 제출하기 위해 휴대폰, PDA, PC, 서버 등에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디지털수사과정을 뜻한다. 대검찰청 등 주요 수사기관마다 포렌식센터(forensic center)가 개설돼 있다.
김현수 지엠디시스템 대표는 "모바일 포렌식 기술에 이어 향후 미래 기술로 사물인터넷 포렌식을 연구중"이라며 "모든 스마트 기기는 디지털 증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물인터넷 포렌식도 곧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최근 시판되는 에어콘은 카메라가 달려 있어 사람의 기척이 발견되는 쪽으로 냉방하는 지능형 시스템이 내장돼 있다. 로봇 청소기도 비슷하다. 이 기기들의 카메라 기록을 활용하면 증거 발생 당시의 상황과 최대한 유사한 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스마트 TV와 냉장고의 로그기록을 분석하면 사용자가 언제 어떤 용도로 이들 기기를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 TV와 냉장고 등이 메일을 보내고 식재료 주문 및 쇼핑 등을 위해 인터넷 조회를 하는 등 디지털 활용도가 높아질 수록 더 많은 증거물들이 쌓인다.
웨어러블 기기는 더 많은 증거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글래스, 갤럭시워치 등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저장된 디지털 자료를 근거로 삼아, 웨어러블 기기를 매개체로 해 발생한 어떤 행위의 사실관계를 규명할 수 있다.
이같은 디지털 증거들은 포렌식 기술과 결합해 분석, 범죄의 증거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의 급격한 보급으로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범용화됐다"며 "컴퓨터나 다른 디지털기기와는 달리 휴대전화가 가지는 정보의 개인 종속성은 범죄수사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정보를 범죄수사에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일반화됐다. 스마트 가전도 곧 모든 범죄 수사에 동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물인터넷 포렌식의 진화는 계속 늘어나는 범죄 등 각종 사회 위협 요소들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의 디지털 매체 정보 감식 분석 현황에 따르면 2005년 274건에 불과했던 분석건수는 2013년 11만200건으로 400배 넘게 늘어났다.
매체유형별로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 대한 분석이 급증했다. 모바일기기에 대한 분석건수는 2008년 47건에서 2013년 7332건으로 156배 늘어났다. 이 밖에 CCTV나 자동차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이 수사를 위해 분석되는 경우도 증가했다.
CCTV와 내비 분석건수는 2008년 51건에서 2013년 483건으로 늘었다. 반면 PC나 노트북 등 컴퓨터기기에 대한 분석건수는 2012년 3830건에서 지난해 3138건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