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새 미래 연다] 유통업체, 중국사업 시행착오 끝… '성공 열매' 보이기 시작

2014-07-02 16:21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이 거대한 소비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가계 소비지출 규모는 지난 2012년 기준 25억9600억 위안(4330조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의 소비지출 규모(204조원)의 20배가 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중국 내 소비재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위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 수입 소비재 시장 점유율은 2009년 5.6%에서 2013년 3.8% 하락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 산업화에 필요한 제품을 수출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품목의 60% 이상이 전기·전자·기계 제품이나 철강·플라스틱 같은 투자 관련 설비와 소재다.

중국 현지 기업들의 기술력 상승으로 더 이상 한국 제품이 기술 및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있는 실정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중국에 대해 "이제는 수출국이 아닌 내수시장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즉, 단순 제품이 아닌 유통·금융 등 서비스 산업의 수출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 유통·금융기업들이 중국 진출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유통업체들이 여러 시행착오 끝에 중국사업에서 성공가도에 올라선 모습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중국 진출 초기 현지화 실패와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큰 적자를 기록하면서 중국에서 철수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은 이같은 실패를 발판삼아 철저한 현지 조사를 실시하며 다시 중국 시장에 진출, 서서히 성공의 열매를 보기 시작했다.

◆ 유통업계, 중국사업 초창기 현지화 실패

유통업체들의 초창기 중국사업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철저한 현지 조사 없이 한국에서의 마케팅을 그대로 진행해 중국인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규제 역시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의 발목을 잡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08년 중국 유통그룹인 인타이와의 50대50 합작 형태로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 거리에 중국 1호점인 베이징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개점 초기부터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첫해 172억원, 2009년 345억원, 2010년 336억원 등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2011년에도 적자가 281억원에 달했다.

중국인들의 소비 스타일을 고려하지 않고 한국식 모델을 그대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또 합작 점포의 한계도 겪었다. 롯데백화점은 개점 초기부터 인타이 측과 기업문화·점포운영 등에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마트 역시 중국에서 쓴맛을 봤다. 이마트는 앞서 1997년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대형마트 가운데 최초로 중국에 진출했다. 한때 점포가 27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현지화에 실패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계속되는 적자에 결국 이마트는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현대홈쇼핑도 지난 2003년 중국에 첫 발을 내딛였지만 규제 등에 묶여 5년 만에 사업을 접은 바 있다.

◆ 유통업계,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로

초창기 중국에서 아픔을 겪었던 유통업체들이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인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을 바탕으로 한국 스타일을 접목시키면서 중국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현재 유통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중국 사업을 펼치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은 핵심 사업인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앞세워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베이징점의 실패를 교훈삼아 지난 2011년 낙천상업관리유한공사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톈진점을 개점했다. 이후 2012년 톈진2호점인 문화중심점, 2013년 웨이하이점과 청두환구중심점을 오픈하며 다점포 체제를 구축했다.

롯데마트 역시 적극적으로 중국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7년 네덜란드계 대형마트인 마크로를 인수하며 중국에 첫 발을 내딛은 후 2009년 중국 현지 대형마트인 타임스를 인수하며 빠르게 유통망을 확장했다. 현재 10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해외 점포수 151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롯데는 중국 내 첫 번째 복합프로젝트인 롯데월드 선양을 추진 중이다. 올해 1단계 점포인 롯데백화점과 영플라자가 오픈했다. 이어 2015년 롯데마트, 2016년 쇼핑몰과 테마파크, 2017년 호텔·오피스·아파트가 차례로 들어설 예정이다.

홈쇼핑들도 중국사업에 적극적이다.

CJ오쇼핑은 앞서 지난 2004년 4월 중국 상하이에 합작 법인을 설립하며 중국에 진출했다. 진출 첫해 2004년 200억원이었던 취급고는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10년 사이 70배 넘게 성장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중국은 CJ오쇼핑이 진출한 7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취급고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특히 상하이는 한국 시장에서 히트를 기록한 상품들이 가장 먼저 달려갈 정도로 규모가 크고 한국 유행에 민감한 곳이다"고 설명했다.

GS샵은 지난 2012년 4월 중국 베이징에 홈쇼핑 채널 후이마이와 합작을 통해 중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중국 사업 첫해 전략·상품·IT 등의 인력을 후이마이로 파견해 홈쇼핑 경쟁력을 전수하며 전년 대비 약 20%의 성장을 이끌었다. 2013년에는 국내 중소기업의 주방용품을 앞세워 4120억원의 취급고를 올렸다.

조성구 GS샵 글로벌사업본부장 전무는 "GS샵은 최고의 홈쇼핑 노하우와 우수한 국내 중기상품이라는 두 개의 엔진을 가지고 중국 시장에 빠르게 뿌리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2011년 7월 중국 상해에 상해현대가유홈쇼핑을 설립했다. 진출 이후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중국 현지법인 매출이 4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2년 83억원과 비교해 5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0년 중국 내 3위 홈쇼핑업체인 럭키파이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