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세 자릿수 '코 앞', 언제까지 방어만?
2014-07-01 17:18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잇따라 연저점을 경신하면서 연내 달러당 90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이미 환율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졌다며 아우성이다. 외환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환율, 연저점 잇따라 경신…900원대 '코앞'
이날 환율은 전일대비 0.3원 내린 1011.5원을 거래를 시작했다. 장 초반 반등해 1012원선을 넘겼던 환율은 장중 내내 1011원 후반에서 1012원 선 초반대를 오가며 좁은 구간에서 보합세를 보였다.
전일에 이어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가 이어지고 수출업체의 이월 네고물량(달러 매도)이 유입된 것이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아울러 이날 발표된 6월 수출입동향에서 무역수지가 29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한 점, 중국의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점 등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낙폭을 키웠다.
이같은 환율 하락세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글로벌 달러 약세에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투자자본의 유입 등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799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냈던 경상수지는 지난 5월까지 누적 흑자액이 315억 달러로 연간 목표치(680억 달러)의 절반에 다다른 상황이다. 외국인 자금도 지난해 하반기 순매도에서 올해 4~5월부터 순매수 기조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환율이 1000원선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크레디트스위스와 모건스탠리, HSBC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올 연말이나 내년 1분기 중 975~995원 수준으로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는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유로존과 미국의 경기 회복 가능성도 꾸준히 반영돼 온 재료"라며 "현재로선 환율의 상승모멘텀이 없다는 것이 하락의 주된 이유이며, 곧 세 자릿 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 중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 환율도 반등의 여지가 있으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에서 금리 인상 시기를 언급하는 시그널을 줄 때 비로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그 시기가 빠르면 올 하반기로 예상되지만 늦어지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중소 수출업체 "환율 대응 어렵다"…정부 대책마련 '시급'
문제는 원화 강세가 더욱 장기화할 경우 나타날 부작용이다. 수출경쟁력 악화, 향후 외국인 자본 유출 시 빚어질 충격 등이 예상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때 계속사업이익률이 2~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원화 강세를 하반기 국내 경제의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수출 기업들은 이미 비상 상황이다. 지난달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수출 중소중견기업 359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원·달러 손익분기점 환율은 1055원으로 조사기간 중 월평균 환율(1026원)보다 높았다. 100엔당 원화 환율도 시장환율(1008원)보다 높은 1040원이었다. 1010원대에서 하향 돌파를 앞두고 있는 현재는 손해가 더욱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정훈 연구위원은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것은 해외 생산기지 확대, 제품의 품질 경쟁력 향상 등에 따른 것이나 주로 대기업에 국한돼 있다"면서 "특히 엔화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지면서 일본과 거래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경우 환율 변동에 대한 대응책을 세우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로 내려가면 수출 중소기업으로서는 부담이 크다"면서 "정부에서 환율의 절상속도를 조절해가면서 기업의 환헤지가 용이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