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 취임사 전문] ‘배움이 즐거운 학교.함께 가꾸는 경남교육’
2014-07-01 13:26
아주경제 경남 김태형 기자 = 무더운 여름날입니다.
경남교육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이 자리에 큰 힘을 보태 주시기 위해 어려움 마다않고 반가운 걸음 해 주신, 강기갑 전 국회의원님, 전 교육위원회 하진 의장님을 비롯한 도의회 전현직 의원 여러분, 창원대 이찬규 총장님을 비롯한 학계와 교육계의 원로 여러분, KBS창원총국 은문기 총국장님과 각 언론사 대표님, 경남장애인단체총연합회 최칠환 회장님을 비롯한 사회 각계의 대표님, 전교조경남지부 송영기 지부장님 외 교육관련 단체장님, 인수위원회 강재현 위원장님과 여러 위원님들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그리고 교육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제16대 경상남도 교육감으로 취임하는 엄숙한 자리에 서 있습니다.
도민 여러분과 교육 가족 여러분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아 교육감에 당선된 다음 한 동안 벅찬 감격에 젖기도 하였지만, 취임을 준비하는 동안 저에게 바라는 소망들을 하나씩 헤아리면서 마음이 무척 무거워졌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사랑 뒤에 감추어진 열망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교육은 어떻게든 변화되어야 하고, 그 나아갈 길이 사람답게 사는 쪽이어야 한다는 절절한 갈망일 것입니다.
바로 그 숭고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 저로 하여금 고독한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하였습니다.
사람은 두 가지의 꿈을 꾸는 존재입니다.
하나는 모자라는 것을 채우려 하는 꿈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보다 나은 것을 바라는 꿈입니다.
채우려는 꿈은 간절합니다.
그래서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이 되어 맺힙니다.
대물림된 가난, 결손 가정의 비애, 다문화 가족과 장애 학생의 아픔, 학습 결손 학생의 때 이른 절망 등 우리의 부족한 관심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그들의 사무친 꿈이 풀려 평화로 이어질 수 있게 우리는 그들부터 도와 주어야 합니다.
저의 교육 복지 철학은 바로 거기에 닿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꿈, 보다 나은 것을 지향하는 꿈이 있습니다.
결핍되어 있지는 않지만 더 아름다운 삶을 부르는 꿈입니다.
소통과 배려를 통한 나눔, 더불어 행복을 누리는 것, 마음에 안락이 깃들이는 여유, 세계와 우주를 넘나드는 자유,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희원하는 가치로운 삶의 모습입니다.
학교는 바로 이런 꿈을 꾸는 눈빛들이 반짝이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저는 그 설레는 꿈을 안고 여러분 앞에 다가왔습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과 교육 가족 여러분!
교육은 꿈을 먼저 세우고 나중에 살림을 꾸려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라보는 눈이 원대해야 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진실과 사랑을 옹호합니다.
기뻐하는 다수의 등뒤에서 흘리는 눈물을 먼저 봅니다.
그래서 교육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그 동안 이 어려운 문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해 오신 전임 고영진 교육감님을 비롯한 역대 교육감님들의 번민과 수고를 저는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그 고뇌의 흔적들을 소중히 받들면서 계승과 발전을 꾀하려고 합니다.
그런 한편, 시대와 역사가 준엄하게 요구하는 교육의 새로운 길을 밝은 눈으로 바라보고 뜨거운 가슴으로 안으면서 경남교육의 지평을 넓혀 가겠습니다.
이제, 여러분과 함께 펼치고 싶은 제 포부를 말씀 드릴까 합니다.
함께 배우며 미래를 열어가는 민주시민 육성 제가 고심 끝에 마련한 경남교육의 새 지표입니다.
이에 따라 그 슬로건은, ‘배움이 즐거운 학교.함께 가꾸는 경남교육’으로 삼았습니다.
학교에서는 배움이 즐거워야 하고, 그것을 위해 모든 분들이 함께 가꾸어 나가야 한다는 철학적 소신으로 몇 가지의 정책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먼저, 배움 중심의 새로운 교육을 펼치려고 합니다.
가르침이 우선한 교실에서, 학생이 주도적으로 배움을 실천해 가는 즐거운 교실을 꼭 실현하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줄기에서, 경남형 혁신학교와 맞춤형 대안 학교를 운영하고, 침체된 교육력을 높이는 등 학생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소통과 공감의 교육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
장애 학생과 다문화 가족의 소외 해소, 합리적 인사 등 소통의 문화를 진작하여 민주적 교육공동체를 구현하겠습니다.
그리고,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 환경을 꼭 이루어 내겠습니다.
안전한 환경과 폭력 없는 학교, 친환경 무상 급식 등으로 건강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나아가 정서와 문화가 깃들인 교육 환경도 만들어 가겠습니다.
또한, 더불어 행복한 교육복지를 실현하겠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 학부모 교육비 부담 경감, 저소득층과 농어촌 학교에 대한 지원 등 교육 복지에 힘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깨끗하고 공정한 지원행정을 펼치겠습니다.
교육청을 지원 중심으로 혁신하며, 부패와 비리에 단호히 대처하겠습니다.
관행이 있었다면 이제 달라져야 하고, 저부터 달라지겠습니다.
교사의 행정업무를 줄여 선생님들을 아이들 곁으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한편,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과 투명한 행정이 보장되는 범위에서 학교 자치가 이루어지도록 힘쓰겠습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교육 가족 여러분!
저는, 앞으로 제가 펼쳐 갈 4년 간의 비전을 굳은 결의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이 중요하고 뜻 깊은 일들을 저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이루어낼 수 없음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인연으로 얽혀 있고, 어느 하나는 다른 무엇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도움, 저의 꿈이 한데 모여 경남교육의 꽃이 활짝 피어나는 것입니다.
선거 이후, 저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려 노력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저를 믿는지, 또 무엇 때문에 저를 불신하는지 깊이 헤아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끊임없는 소통만이 공감을 이끌어 내고, 마침내 경남교육을 함께 가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우리 경남교육은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반성하고 새겨 두어야 할 것도 있지만, 잊을 것은 잊어야 합니다. 그것은 망각이 아니라 용서와 화합을 위한 비움입니다.
저에게 미움이 남아 있으면 저는 절반의 꿈만 남게 됩니다.
저에 대한 미움이 남아 있으면 저의 꿈은 초라해질 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세상은 저마다의 다른 꿈들이 스치고 만나면서 갈등하고 화해하는 가운데 역사를 만들어 갑니다. 소통과 공감의 아름다움은, 마치 밤하늘의 별들처럼, 각기 다른 별빛이 하나의 하늘에서 빛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만나야 합니다. 마음을 터놓아야 합니다.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 가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구김살없이 한 시절을 누릴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더 보람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함께 꿈의 이야기를 노래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세계관과 철학을 바탕으로, 여러분 곁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합니다.
대화를 통해 진심을 나누려고 합니다.
그리고 낮은 자세로 도움을 청하려 합니다.
경남교육이 모든 분들의 꿈으로 이룩된다는 지금의 신념을 잃지 않고 온 정성을 다해 마음의 문을 두드리려 합니다.
경애하는 도민 여러분, 교육 가족 여러분!
우리 불쌍한 아이들을 너무 많이 잃고 만 세월호 참사의 비극은, 잘산다고 믿어 온 나라의 너무 부끄러운 실상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교육에 눈을 돌렸습니다.
절망과 희망의 씨앗을 함께 보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교육을 반성하고 참회해야 합니다.
뉘우침과 다짐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 시점이 바로 오늘입니다.
잘잘못을 꼼꼼이 살펴보고 희망의 새 불씨를 붙여야 합니다.
그것이 저와 여러분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그래서 저는 끝으로, 여러분에게 간곡히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새롭게 열릴 경남교육의 내일을 함께 꿈꾸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소망이 굳센 의지로 이어져 몸으로 꿈틀거리는 경남교육의 새날을 함께 열어 주십시오.
아이들이 즐거운 학교, 교직원은 신명나는 학교, 학부모들이 신뢰하는 학교를 만들어 가는 대열에 동참하여, 감동의 경남교육을 힘차게 열어 가십시다.
도민 여러분, 교육 가족 여러분, 축하의 자리를 빛내 주신 모든 분, 정말 감사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건강 잘 챙기시고, 많은 복 누리시기를 축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