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청바지 신화를 쓴 '뱅뱅'의 횡포가 극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식품업계의 고질적인 '갑질'보다 한층 진화한 형태다. 새로운 방식의 갑질인 셈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 청바지'로 유명한 뱅뱅은 최근 중간관리보증금을 둘러싸고 중간관리업자들에게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횡포를 부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관리보증금이란 중간관리자가 본사와의 상품거래에 앞서 물건을 대량 납품 받기 위해 사업 초기에 일정 금액을 본사에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다.

문제는 중간관리업자와 본사와의 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뱅뱅 측이 업계 관행을 내세우며 보증금을 곧바로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뱅뱅과 거래했던 중간관리업자 김모(50)씨는 "장사가 안되어 뱅뱅과 계약을 해지 했지만 사업 초기에 담보로 설정한 보증금을 아직도 못 받고 있다"며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다.

그는 "직장에서 은퇴한 후 화장품, 식품 등 여러사업을 해왔지만 계약 종료 후 4개월이 지나도 보증금을 되돌려주지 않는 곳은 뱅뱅이 유일했다"며 "고정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대출(담보보증금)로 인한 이자 등 추가 금융비용을 부담하느라 신용불량자가 될 지경인데 본사 측에서는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 기다리라는 말만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 박모(60)씨 역시 "계약이 종료되면 한 달 내에 보증금을 돌려준다는 본사담당자 말만 믿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막상 사업을 정리하려하자 '담당자가 바뀌었다. 조금 더 기다려달라'는 말만 하며 6개월째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불만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면 불이익을 당할까 속앓이만 하고 있다"며 "큰 기업에서 2000만~3000만원이야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나 같은 서민에게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중간관리자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전국 대형마트에 입점한 의류 매장을 관리하는 개인사업자를 말한다. 뱅뱅 측에 일정금액의 보증금을 내고, 물량(의류)을 제공받아 대행 판매해주면서 월매출의 10~15%를 수수료로 받는다.

본사 측은 적은 인건비로 대형마트 매장을 관리하고, 중간관리자들은 소자본으로(보증금 1000만~2000만원) 자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맞물리면서 최근 ‘치킨집’에 이어 창업 1순위로 꼽힌다. 특히 사업자 역량에 따라 고소득을 올릴 수 있어 은퇴한 50~60대 가장들이 많이 몰린다.

이에 대해 뱅뱅 측은 "수익이 마트에서 본사, 본사에서 중간관리자 순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사업종료후 2~3개월이 지나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늦어도 5개월 이내에는 보증금을 지급하는 게 회사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행 보증금 지급절차는 지나치게 본사 위주로 설정돼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4개월~1년 이상이 지나도록 개인사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사실 본사가 지급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1~2년째 대금지급을 미루다 결국 본사가 부도나 보증금을 떼이는 업자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의 보증금은 되돌려주지 않으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라며 "관련법규가 없기 때문에 힘없는 소상공인들이 기업의 지출 순위에서 자꾸 밀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