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유럽에 원자력 기술 첫 수출 쾌거

2014-06-24 15:30
프랑스·독일 등 제치고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개선 사업 수주, 향후 추가 사업 기대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연구로 부지 전경[사진=현대건설 제공]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국내 업체가 건설산업 선진국인 유럽에서 해외 유수의 건설사를 제치고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원자력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24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하 KAERI 컨소시엄)이 네덜란드가 국제 경쟁입찰로 발주한 ‘델프트 공대 연구로 출력증강 및 냉중성자 설비 구축사업(오이스터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AERI 컨소시엄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으로 구성됐다.

오이스터(OYSTER) 프로젝트는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에서 운영 중인 연구로의 열출력을 2MW에서 3MW로 증강하기 위한 시설개조 및 냉중성자 연구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사업기간은 2017년까지며 계약금액은 약 1900만 유로(약 260억원)다.

이번 국제입찰에서 KAERI 컨소시엄은 글로벌 원자력 기업인 프랑스 AREVA와 독일·러시아의 컨소시엄과의 경합에서 수주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중동이나 동남아 등에서만 원자력 기술 수출을 해왔으며 이번 수주는 유럽지역에 국산 연구로 기술을 수출한 최초 사례다.
 

지난 3월 네덜란드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오른쪽 셋째)이 네덜란드 마르크 루터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야기하고 있다.[사진=현대건설 제공]


이번 수주는 지난 3월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주효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마르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 우수성을 홍보하고 오이스터 사업을 포함한 연구로 분야 기술협력에 대한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특히 이 사업의 냉중성자 설비분야는 정부 연구개발투자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 해외에 수출하는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선순환 구조의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1995년 하나로 가동을 시작한 이후 연구로 주요시설 설계연구, 중성자 이용연구 등 기초·응용연구, 방사성동위원소 등 의료제품 생산 등 연구로 관련 기술력을 쌓았다.

현대건설은 1972년 우리나라 첫 원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40여년간 원자력산업 전 분야를 최초로 수행하며 원전 수출국 진입에 선도 역할을 해왔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원전 23기 중 14기를 완공했고 국내외 9기 건설 원전 중 8기를 시공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원자력 기술을 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이번 수주로 유럽 원자력 기술 수출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며 “향후 국제입찰 예정인 연구용 원자로 건설사업 입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가 원자력 브랜드의 인지도 제고로 290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수출에 이은 대형 상용원전의 추가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KAERI 컨소시엄은 계약 협상이 마무리되면 내달 중 계약을 체결하고 원자로 시설개조 및 냉중성자 연구설비 구축을 위한 기본설계에 착수해 2017년 말까지 설치 및 시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