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설비투자 20% 뚝… 코스닥 반토막

2014-06-24 16:27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국내 상장사들이 경제 전반에 걸친 경기 체력 약화로 신규 시설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 소수 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의 수익성 저하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의사회 결의를 통해 신규로 시설투자를 결정한 상장사는 총 37개사(코스피 21개, 코스닥 16개)로 투자금액은 3조482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조3078억원)보다 20%(8249억원) 줄었다. 2012년 상반기에 9조원에 달했던 신규 시설투자 규모가 2년 만에 3분의 1토막이 난 것.

최석원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대내외 경기여건을 고려하면 매출액 증가가 탄력적으로 나타나기 어렵다"며 "성장성 부진이 설비투자 제약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는 전년보다 규모가 절반 이상 줄면서 신규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의 올 상반기 신규 시설투자 규모는 3조173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 줄었다. 반면 코스닥 상장사는 이 기간 8683억원에서 3092억원으로 64% 이상 감소했다.

산업별로 전기전자의 투자가 부족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사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전기전자 산업이 최근 2년 새 신규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라며 "이는 스마트폰 수요 급증으로 2010년에 대규모 신규 설비를 증설한 것이 원인"이라고 전했다.

2010년 전기전자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27조5000억원에 달했으나 작년 설비투자 규모는 21조2000억원으로 6조원 이상 줄었다. 또 올 상반기 신규 설비투자에 나선 37개 상장사 가운데 18%에 해당하는 7개사가 전기전자업이다. 작년 상반기는 46개사 가운데 35%에 달하는 16개사가 투자에 나섰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설비투자 조정압력지수가 개선되는 기미이지만 추세전환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횡보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투자여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비투자지수는 작년 3분기 2.7%을 기록하면서 6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이후 4분기 10.4%로 증가했으나 올 1분기에는 5.8%로 감소했다.

이에 선제 투자에 나선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하반기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 공산이 커 선제적 투자에 나선 기업들의 실적 개선 폭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전일 넥센타이어는 유럽 신공장 건설을 위해 자기자본의 150%에 달하는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고, GS그룹 자회사인 GS이앤알도 지난달 자기자본의 150%가 넘는 5041억원을 포천 집단에너지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외 흥아해운, 엔피케이, 에머슨퍼시픽 등이 설비투자를 늘린 회사다.

정 연구위원은 "올해 원화 강세에 따른 자본재가격 하락, 대외 불확실성 축소 등 거시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있어 기업의 투자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