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STX조선해양, 떠 오르는 한진중공업

2014-06-18 16:18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에 이어 글로벌 조선 빅4의 자리에 올랐던 STX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최악의 악재가 발발하기 이전부터 두 회사는 국내 조업 사정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화를 추진했다. 5년여가 지난 현재, 결과적으로 놓고 봤을 때 STX조선해양에게 있어 글로벌은 수렁이었던 반면, 한진중공업은 ‘신의 한수’였다.

국제 해운·조선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포트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조선사별 수주잔량(회사 소속 전 조선소 수주잔량)에서 STX조선해양은 398만5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글로벌 순위 6위로 내려앉았다. 이는 2010년말 704만CGT이후 절반 가량 급감한 것으로 STX라는 사명을 단 이후 사실상 최저치다.

STX조선해양은 빅3에 이어 4위를 유지하다가 2012년말에는 대우조선해양을 제치고 3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2013년 그룹 해체에 이은 채권단 관리 상태로 돌아서면서 영업보다는 부실털기로 돌아섰다. STX유럽(구 야커야즈) 인수와 다롄 조선소 건설 등을 통해 한국 조선사중 유일하게 글로벌 선박 건조 네트워크를 구축했지만 이에 따른 막대한 자금 투입은 그룹 해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연초 새 경영진이 선임되면서 부활을 노리고 있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와 달리, 한진중공업은 바닥을 찍고 반등에 성공하며 ‘국내 최초의 조선명가’의 명성에 한발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5월말 현재 회사의 수주잔량은 217만1000CGT로 영도조선소가 조업 중단 상태에 놓였던 2012년말 85만8000CGT이후 1년 반 만에 두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2010년말(222만1000CGT) 수준까지 일감을 늘려 나가고 있다.

금융위기와 영도조선소 사태 속에 준공된 필리핀 수빅 조선소가 부활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수빅조선소는 단일 조선소 기준 수주잔량 순위에서 4, 5월 연속 10권에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며 국내 중견 조선사들이 퇴출되고 있을 때,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를 통해 이를 극복해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최악의 상황을 경험한 두 회사가 내세운 전략이 향후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받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외형 확장 대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강점을 키운다는 전략이며,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에서 초대형 상선과 해양플랜트에 집중하고 부산 영도 조선소에서는 고기술 특수목적선을 담당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이나 한진중공업 모두 최고의 선박 건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각사가 처한 현실을 최대한 활용해 성장 모멘텀을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