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기업 옥죄는 채권단의 ‘점입가경’ 행보
2014-06-17 16:08
한 중견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업황 부진으로 경영이 위태로운 기업들을 살려야 할 채권단의 횡포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채권단 압박에 못이겨 계열사를 내놓았지만 합의점이 나오지 않자 제멋대로 가격을 정해 일부 언론에 흘리는가 하면 일부 중견기업들이 최선의 대안을 제시해도 귓등으로 들은 채 자신들의 주장만 연거푸 펼치고 있다.
산업은행이 추진중인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은 시장논리에 어긋난 행동이라는게 업계측의 일반적 시각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별매각을 통해 비싼 가격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산은이 70~80%를 투자하고 나머지를 포스코에 떠넘겨 시간을 줄여보려는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강행하고 있다.
계열사 매각이 시원찮자 채권단은 김준기 회장 장남이 보유중인 금융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라고 요구했고, 동부그룹이 이를 거부하자 재무구조 개선의 ‘진정성’을 들먹이며 압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독 산은이 동부그룹에만 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며 “구조조정을 아예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산업은행이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고 목소릴 높였다.
산업은행의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관피아’를 본받은 듯 ‘산피아’를 양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STX엔진, STX중공업 등 STX계열은 물론 한진중공업과 대한조선, 대우건설, 벽산건설 등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는 기업에 산은출신 인사를 박아놓고 있다.
채권단은 기업들에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한다. 구조조정은 경기 부진이 장기화 하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에게 '숙명'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산은은 이들 기업에 버팀목이 되어주기는 커녕 자사 출신 인사를 내려보내 기업을 뿌리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산은은 채권단 이라는 미명하에 기업의 목을 죄기 이전에 기업이 악화된 재무상태를 탈피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가 돼줄 수 없을까?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