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LTV 완화에 대출 증가 우려..."가계부채의 질은 개선"

2014-06-17 16:27

아주경제 김부원·문지훈 기자 =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 방침을 두고 부동산시장은 어느 정도 활성화되겠지만 대출수요 증가로 가계부채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정부가 가계부채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오히려 가계부채의 질이 개선될 것이므로 크게 우려할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10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점에서 DTI·LTV규제 완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따라서 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동안 DTI는 집값 상승기에 부동산 투자수요를 억제하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집값이 정체된 시기에는 시장을 더욱 경직시킨 것이 사실이다. LTV의 경우 집값 폭등 시기에 대출한도가 계속 올라 투기억제책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따라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를 비롯해 내수부양이 급선무인 2기 경제팀이 이같은 문제들을 개선하고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 우려와 관련,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장의 기대와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으므로 관계 부처와 함께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그동안 DTI·LTV는 가계부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해왔다"며 "세부적용 내용이 지역별, 권역별로 복잡하고 부동산시장 침체시에도 경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가계부채 억제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DTI·LTV를 완화하더라도 미세조정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며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도 같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히려 가계부채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LTV규제로 2금융이나 사금융을 사용할 경우 이자부담은 더 커진다"며 "규제를 완화하면 오히려 금리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같은 규모의 부채라 해도 금리를 낮춰 상환능력을 개선할 수 있고, 소비여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며 "DTI·LTV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문제를 포기한 것이라고 평가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김홍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은 "일률적인 완화가 아니라 대출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완화해준다면 가계부채 역시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 역시 대출 총액이 아닌 가계부채의 질에 주목했다. 그는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우려할만한 수준까지 급증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출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으므로 규제가 완화됐다고 해서 금융사들이 무작정 대출을 늘리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