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청렴의 등불은 누구를 위해 켰는가
2014-06-17 14:00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기원전 4세기경 디오게네스는 대낮에 등불을 켜들고 다녔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었다. 디오게네스는 "나는 사람을 찾고 있소"라고 말했다. 인간의 이성을 밝히고자 등불을 켜들고 아테네 거리를 걸었던 소크라테스도 참된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이성과 양심이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고대에서도 계속되어 왔다. 이처럼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이성과 양심의 문제는 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바로 사회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다.
민선 5기 출범 당시 서대문구는 부정부패와의 전쟁선포였다. 그동안 서대문구는 부정부패 이미지로 얼룩져 있었다. 대 수술이 필요했다. 먼저 직원들의 의식변화와 제도개선이 시급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잘못된 관행(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였다.
하지만 직원들의 끊임없는 청렴인식전환 교육과 자기성찰로 인식의 개혁을 이뤄냈다. 문제제기와 불신도 사라졌다. 우리 사회에서 부정, 부패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알면서도 쉬쉬하는 그릇된 문화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이를 잘못했다고만 말하기에는 쉽지 않다. 신고하면 신분이 노출될 위험이 있고, 이에 따라서 옳은 일을 했음에도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정부패를 신고하는 사람들의 신분을 보호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와 조직의 문제점을 고발 할 수 있는 공익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서대문구가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에 신고시스템 운영을 맡긴 가장 큰 이유다.
우리들의 이성과 양심은 한없이 흔들린다. 며칠 가지 않아서 이리저리 마구 흔들리고 부러지는 의식을 가진 냐약한 존재다. 학연과 지연을 앞세워가며 그저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문화와 이성과 양심의 경계를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어리석은 논리는 공직사회의 암이다. 흔히 이성과 양심을 적당히 포기하고 그것을 양식과 문화로 삼으려 든다. 그러면서 우리는 합리를 내세운다. 적당히 타협하고 원만하게 묻어가는 것은 합리적인 삶이 아니다.
공직자로서의 길을 잃지 말자. 아무리 세태가 어렵더라도 함께 흔들리지 말자. 스스로 이성과 양심을 혼탁하게 하지 말자. 맑고 투명한 사회를 기대하기 이전에 '나'의 이성과 양심에 등불을 켜들자. 소크라테스가 참된 사람을 찾는 수고를 덜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어두운 밤길을 우리들의 이성과 양심으로 환하게 밝혔으면 더욱 좋겠다. 내 마음에 등불을 켜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