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Talk]'중국 80년대생중 가장 잘나가는 작가' 옌헝 한국 첫 개인전
2014-06-16 16:03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 회화+설치작품 15점 전시
지난 13일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한국기자들과 만난 그는 작품도, 패션스타일도 세련된 느낌을 풍겼다.
"한국에서 여는 첫번째 전시여서 신경썼다"는 옌헝은 한국 작가같은 인상이다.
작품도 '중국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어보인다. 문화혁명과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섞여 혁명적이거나 희화되거나한 특유의 이전 '중국(붉은) 그림'과는 다르다.
과학자 꿈은 못이뤘지만 그 상상의 꿈을 화가가 되어 이룬 옌헝은 반항의 기질을 드러냈다. 학교에서 배운게 별로 없다는 그는 칠판을 '주입식 교육'에 대한 비판의 도구로 표현했다. 칠판은 정보를 수집하고 유입되는 통로지만 중국교육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 보고 들어도 모르는 수학공식이지만 그에게 칠판에 적힌 공식들은 아름답게 다가왔다. "그래도 화면 칠판에 쓴 공식은 인터넷에서 찾아 쓴 정확한 공식이에요" 옌헝은 "작품속 글자, 공식은 터치와 도상으로 화면을 아름답게 작용하는 배경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사실적이고 전통적인 기법에 충실하는 루신미술대학을 나왔다. 그는 "대학시절 기본기를 엄격하게 공부했지만 중국전통회화 영향은 받지 않았다"고 했다. "회색조'의 색감은 스모그와 황사로 흐리고 뿌연 심양에서 생활했던 20대 초반의 기념비적인 감성에 지배되어 있는 것같아요"
작품은 분열적이고 혼돈스러운 감정의 충돌이 공존한다. 화면에 등장하는 수학적 코드, 기계적 장치들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가치관 등의 변화로 극심한 세대차를 겪는 모습이 반영됐다.
작가는 2008년 어느 날 전자 시장에 컴퓨터 부품을 사러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망가진 컴퓨터가 무더기로 쌓여 있는게 아닌가. 그는 "쌓인 고물 컴퓨터의 모습에서 금방 낡은 것이 돼 버리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봤다"며 "하루가 멀다하고 신제품이 쏟아지는 요즘, 아직도 새로운 제품을 봤을때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전시명 '자동차 여관'은 중국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는 여행객을 위해 고속도로변에 잠을 잘 수 있는 여관이나 차를 대고 쉴 수 있는 캠핑장과 같은 공간을 부르는 말이다. 작가는 "자동차 여관이 구체적인 의미를 상징한다기보다 그냥 내 상태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와 첨단 디지털 시대속에서도 작가에게 유일한 가치는 회화다. 붓을 놓지 않는 전통적 회화기법을 고집한다.
작가는 "회화 재료와 도구는 가장 원시적인 것이고 목재 캔버스 틀과 캔버스, 유화물감은 변하지 않는다"며 "전통 방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영원함을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주연화 실장은 "문화혁명을 겪은 중국 4대천왕 세대들과는 달리 해외문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인터넷세대인 80년대생 작가들중 옌헝은 정통 회화기법으로 중국내에서 예술성과 상업성을 인정받은 작가"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7월13일까지.(02)541-5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