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자금사정 개선됐지만…지갑 닫은 가계, 돈 쌓아두는 기업
2014-06-16 12: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지난 1분기 가계의 여윳돈이 늘고 기업의 부족자금 규모도 축소됐다. 얼핏 자금사정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과급 등 계절적 요인과 투자부진이 작용한 결과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1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이 기간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25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 15조6000억원보다 증가했다. 자금잉여 규모는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조달한 자금에서 예금이나 보험 및 연금, 채권 투자 등 운용비용을 뺀 차액을 뜻한다. 지난해 2분기(26조7000억원) 이후 3분기만에 가장 크다.
여기에는 차입이 줄어든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조달 규모는 6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7조9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금융기관 차입은 지난해 4분기 25조2000억원에서 올 1분기 3조3000억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기타금융기관 차입도 3조3000억원 순상환으로 전환했다.
계절적 요인 외에 소비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운용을 살펴보면 금융기관 예치금은 17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13조6000억원)보다 증가했다. 지갑을 닫은 가계가 남는 자금을 은행 등에 넣어뒀다는 의미다. 아울러 1분기 중 채권시장 침체에 따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11조원 규모의 채권도 순처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일반기업을 지칭하는 비금융법인의 자금부족(자금운용-자금조달) 규모는 6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 8조9000억원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6조원) 이후 1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그만큼 기업의 자금사정에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1분기 중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47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대비 무려 40조9000억원 증가했다. 통상 4분기에는 기업들이 부채를 상환하며 건전성을 관리하는 결산효과가 작용하므로, 1분기에 조달 규모가 늘어나기 마련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1분기(59조원)와 견주면 규모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 대출을 포함한 간접금융은 전 분기 4조8000억원 감소에서 27조원 증가로 전환했다. 다만 회사채발행 등 직접금융 조달규모는 4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12조1000억원)보다 축소됐다. 기업의 자금운용 규모는 주식 및 출자지분 등 유가증권이 운용이 늘어나면서 41조4000억원 증가했다.
일반정부는 지난해 4분기 15조원의 자금잉여를 기록했지만 재정 조기집행 지원을 위한 국채 발행 등의 영향으로 8조원 자금부족 상태로 전환했다. 국외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전 분기보다 줄어들면서 자금부족 규모가 29조원에서 19조3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한편 3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총 금융자산은 전 분기말 대비 2.3% 증가한 1경2916조원을 기록했다. 여기서 금융 및 국외 부문을 제외하고 가계와 기업, 정부를 합한 비금융부문의 금융자산은 5875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15조원이 늘었다. 금융부채는 같은 기간 4196조2000억원으로 86조1000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