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지리산대피소 '습격'…"등산객 침낭 물어뜯고 달아나"

2014-06-15 14:09
먹이 활동 어려워지자 배낭과 침낭 냄새 맡고 접근
자연적응 실패로 판단, 해당 곰 회수 결정

지난 8일 밤 10시 30분쯤 지리산 벽소령대피소에서 반달곰이 탐방객에게 접근해 물어뜯은 침낭 모습.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최근 지리산 국립공원 대피소에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나타나 등산객의 침낭을 물어뜯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15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0시 25분께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지리산 벽소령대피소 앞에서 탐방객 이모 씨 등 2명에게 접근해 침낭을 물어뜯고 달아났다.

이날 즉시 출동한 대피소 직원들은 반달가슴곰에게 최루가스와 공포탄을 쏘는 등 신속히 쫓아냈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씨는 “당시 친구와 둘이서 대피소 외벽에 등을 기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추위를 피하기 위해 침낭을 덮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가온 곰을 발견했다”며 “깔고 있던 매트리스를 곰 쪽으로 던지곤 곰이 머뭇거리는 사이 신속하게 대피소 안으로 피했다”고 당시 정황을 전했다.

공단 측은 “피해자들이 크게 놀랐을 것으로 보고 정신적 안정을 취하도록 했다”면서 “훼손된 침낭 등에 대해서는 보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고를 일으킨 반달곰은 올해 봄 새끼 두 마리를 낳아 키우고 있으며 지난 2010년 방사한 CF-38번이다.

공단 관계자는 “전기펜스 때문에 반달곰이 먹이 활동이 어려워지자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사고 장소에 있던 배낭과 침낭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고 먹이로 오인해 접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반달곰이 벽소령대피소 인근에서 활동하면서 잔반통을 뒤져 먹이활동을 하는 등 자연적응에 실패했다고 판단, 회수해 증식용 활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새끼들 역시 어미와 함께 데려와 자연적응훈련장에서 먹이활동과 대인기피 훈련 등을 거쳐 방사할 계획이다.

권철환 공단 종복원기술원장은 “국립공원에서 비박할 경우 반달곰과 같은 야생동물이 음식냄새를 맡고 다가올 위험이 있다”면서 비박과 야간산행 금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