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선영의 엔터생각] '개과천선' 조기종영이 아쉬운 이유
2014-06-15 11:17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개과천선'이 조기종영한다고요? 시청자는 평생 하이틴에 불륜, 막장 드라마만 봐야 한다는 거네."
'개과천선'의 종영을 아쉬워한 어느 네티즌의 댓글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명배우의 열연, 현실감 넘치는 법정드라마라는 수식어에도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극본 최희라·연출 박재범 오현종)은 2회 축소된 16부로 오는 26일 종영된다.
조기종영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먼저 MBC와 제작사는 월드컵 중계와 6·4 지방선거 개표 방송 등으로 '개과천선'이 2회 연속 결방되자 주연배우 김명민의 스케줄 때문에 조기종영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책임 회피로 들린다. 배우 하나의 스케줄 때문에 '할 수 없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 믿기 쉽지 않은 설명이다.
결방의 시간만큼 만회할 시간이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은 열악한 제작환경 앞에서 근거 없는 기대감일 뿐이었다. 김명민 측은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피로와 스트레스 속에서도 고군분투했던 배우에게 모든 잘못의 굴레가 씌워지는 듯 한 모양새는 옳지 않다. 그저 연기만 하고 싶어 하는 배우가 이런 일련의 과정 때문에 남은 기간 연기하는 데 방해가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청자는 게시판 등을 통해 '개과천선'의 조기종영 원인으로 '저조한 시청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달 22일 최고 10.2%(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를 찍으며 상승세를 타던 '개과천선'은 잇따른 결방으로 흐름이 끊긴 까닭인지 7~8%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기억상실 전과 후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김명민, 카리스마 넘치는 김상중이 시청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코믹을 넘나드는 오정세와 김명민과의 대립으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진이한, 김명민을 곁에서 묵묵히 지키고 있는 박민영, 채정안 역시 탄탄한 드라마를 만드는 밑거름이다.
극본과 연출, 연기의 3박자 속에 찾아온 예기치 않은 조기종영은 결국 '명품드라마'라던 대대적 홍보에 스스로 흠을 남겼다. 작가는 준비한 에피소드를 줄여야 하고 배우 역시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호흡으로 연기해야 한다. 질적 하락이 불 보듯 뻔하다.
월드컵 중계와 6·4 지방선거는 방송사과 제작사에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변수였다. 계획에 없던 결방이 아니라 대처 가능한 것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불륜과 막장이 판치고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만 가득한 안방극장에 등장한 '개과천선'이 생각보다 일찍 시청자의 곁을 떠나는 현실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