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주유소 업계와 정부의 갈등, 피해는 소비자의 몫

2014-06-15 08:20

산업부 정치연 기자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주유소 업계와 정부가 다음 달 시행 예정인 석유제품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제도 도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주간보고제도가 시행되면 각 주유소 사업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보고했던 석유제품의 입고량과 출하량, 재고량 등을 매주 석유관리원에 보고해야 한다. 가짜 석유 유통과 탈세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주유소 사업자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주유소협회가 주간보고제도의 도입이 정부의 과도한 규제라며 동맹휴업을 결의했다. 주유소협회는 지난 12일 3000여 개 주유소가 참여하는 동맹휴업을 하겠다며 엄포를 놨고, 정부는 이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나섰다. 

결국 이날 동맹휴업은 유보됐지만, 주유소협회는 오는 24일 2차 동맹휴업을 재추진하겠다며 현재까지도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주유소 사업자들도 입장도 일정 부분 납득이 간다. 정부가 주유소 거리제한을 폐지하면서 주유소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 이어 기름값 경쟁을 유도하겠다며 등장한 알뜰주유소까지 기존 주유소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더라도,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동맹휴업 카드를 썼다는 점에서 주유소협회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주유소 동맹휴업이 현실화될 경우, 농어촌 등 주유소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는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주유소협회는 주간보고제가 시행되면 자신들이 담당했던 보고업무를 석유관리원에 이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동맹휴업을 재추진하겠다는 것도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한 협상전략의 일환일 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리하게 정책을 시행한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전국 주유소의 포화된 상태에서 알뜰주유소 추진으로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 데 이어 무리한 규제로 주유소 경영난 악화를 가중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갈등은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소비자를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국민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준다는 사실이다. 이견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한쪽만의 양보로 이뤄지지 않는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