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철회 드래곤플라이, 경영 위기 해법 여전히 ‘막막’
2014-06-12 13:24
차입금 상환과 게임개발비 확보 등을 위해 약 2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했던 드래곤플라이가 이를 철회한 이유는 주가 하락 때문이다. 계획한 자금 유치가 불가능해지자 당장 100억원 규모의 차입금 상환을 해야 하는 드래곤플라이는 부동산 매각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부동산 매각으로 급한 불을 끄더라도 지속적 성장을 위한 모멘텀 확보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출시 예정중인 신작들의 흥행을 낙관하기 어려워 경영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가하락 때문에… 유상증자 포기, 건물 팔아 부채 해결
드래곤플라이가 유상증자를 결정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운영자금 확보 및 차입금 상환이다.
특히 차입금의 경우 5월 및 6월 만기가 도래한(현재 9월로 만기 연장) 105억원을 비롯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년내에 갚아야 하는 금액만 15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상당한 규모다. 실제로 드래곤플라이는 유상증자 목표 금액 223억원 중 155억원 이상을 차입금 상황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하며 드래곤플라이의 차입금 상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유상증자 결정 당시 7000원선을 유지했던 주가는 한때 4300원까지 급락했으며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도 5450원에 불과하다. 드래곤플라이가 유상증자 결정 철회의 이유로 ‘주가 하락으로 인한 투자자금 유치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유상증자라는 회심의 카드를 잃어버린 드래곤플라이는 논현동에 위치한 본사 사옥과 상암동 DMC 빌딩 등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박철우 대표 역시 “보다 공격적인 시장 진출과 사업 운영을 위한 자금 확보는 매출 증진과 부동산 매각 등으로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차입금 상환을 위한 부동산 매각이 말 그대로 부채 해결을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경영 정상화와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서비스 중인 주요 게임들의 매출 향상과 새로운 성장 원동력이 될 신작 출시가 필수적이지만 업계의 전망은 밝지 못하다.
◆신작 전망 불투명, 경영 위기 해법 ‘막막’
드래곤플라이는 지난 1분기 50억원의 매출과 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7%와 37.5% 감소한 수치다.
연간 실적에서도 하락세가 뚜렷한데, 지난 2012년 약 340억원이었던 매출은 1년만에 약 230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떨어졌으며 특히 2012년 약 41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13년에는 전년 대비 5%에 불과한 약 2억원으로 급락했다.
더욱 심각한 건 이런 위기를 극복할 뚜렷한 대안이 여전히 확보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스페셜포스’로 국내 FPS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드래곤플라이지만 지난 2011년 야심차게 공개한 후속작 ‘스페셜포스2’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둔 이후 연이은 신작들이 흥행에 참패하며 장기적인 부진에 빠진 상태다. 여기에 지난해 말에는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던 ‘사무라이 쇼다운 온라인(가칭)’의 개발팀이 해체되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현재 드래곤플라이의 ‘믿는 구석’은 tvN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를 소재로 한 동명의 모바일게임과 개발중으로 알려진 온라인 FPS 게임 2종이다.
하지만 상반기 출시가 예고된 ‘꽃보다 할배’의 원작의 후광 효과를 누리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지연된 상황이다. 여기에 캐주얼 보드게임이라는 장르 역시 국민게임으로 자리잡은 ‘모두의 마블’과 충돌하는 지점이 광범위하다. 무엇보다 모바일 RPG의 거센 돌풍으로 기타 장르 게임의 입지 자체가 좁아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흥행을 낙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개발중인 FPS 2종에 대한 우려도 비슷하다. 동일 장르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이미 ‘서든어택’이 흔들림없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연매출 1조원 달성을 기록한바 있는 ‘크로스파이어’의 아성이 견고하다.
이처럼 고착된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준비중인 신작이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구현하더라도 ‘스페셜포스’와 ‘스페셜포스2’의 고객층을 흡수하는 ‘카니발리즘’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차입금 상환은 잡음없이 해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지속 성장을 견인할 원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드래곤플라이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중견게임사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게임 산업 자체의 위기론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