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국정원장 내정…한미일 공조 탄력받나

2014-06-10 16:58
대북관계 유화적일까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사인 이병기 주일대사를 신임 국정원장에 내정하면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 이은 외교안보라인의 인사가 단행됐다. 

군 출신의 김관진 국가안보 실장과 외교관 출신의 이 내정자로 현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의 두 축이 완성되면서, 복잡해진 외교안보 지형속에서 한미일 공조와 대북(對北)정책에 어떤 화음을 만들어 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김 국가안보실장과 달리 외교관출신 온건파로 알려진 이 내정자가 안보라인 양날개에 포진하면서 군 출신인 남재준 전 원장 때와는 달리 대북관계가 유화적으로 바뀔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 내정자 역시 남 전 원장과 마찬가지로 '정권 안보'에 매몰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남 전 원장이 국가기밀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거나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 규명에 비협조적 태도를 취해온 것은 그의 강경한 대북관이나 우파적 가치관보다는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면모와 더 관련이 깊다는 평이다.

이 내정자 역시 핵심 친박이라는 면에서 남 전 원장과 비슷한 업무 태도를 지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의원이던 시절부터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참모 역할을 한 친박 측근 그룹이었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1998년 안기부를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이 내정자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객원교수를 지낸 '일본통'이다.

이 내정자는 주일대사로서 대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만찬을 하고 북한과 일본의 납북자 재조사 합의와 고노(河野)담화 검증 등 현안에 대해 장시간 논의했다.

한국 측은 일본이 대북 독자 제재를 해제하기로 한 것이 대북 공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표명하고 일본이 한국과 대북 문제에 관해 원활하게 의사소통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한일 관계의 제반 현안에 관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논의가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일본 외무상이 주일 대사관저를 직접 방문해 만찬을 하는 것은 전례가 드물다. 따라서 이 내정자가 국정원장 자리에 앉을 경우 한미일 공조가 어느때보다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날 만찬에는 일본이 북한과 납북자 재조사·독자 제재 해제에 합의하는 등 대북 외교에서 개별 노선이 강해지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한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태도를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함께 반영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시다 외무상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에 관해 한·미·일 3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대사와의 만찬과 최근 이뤄진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와의 식사 회동에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