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하반기 한국경제 아이템은 ‘성장’
2014-06-09 15:59
경제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기업들의 자신감을 살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와 환율하락 등의 악재와 분배·복지 위주의 정책 기조 속에 기업들이 발휘해 왔던 특유의 근성인 ‘신바람 문화’가 꺼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주최로 9일 오후 2시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14년 하반기 경제·산업전망 세미나’에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6개 주력산업의 하반기 산업 전망을 제시한 발표자들은 석유화학을 제외한 5개 산업 모두가 하반기에도 회복이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철강산업은 조선·건설 등 전방산업의 경기회복 불확실성으로 철강 수요의 개선이 더딘 가운데 원화 강세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전자 산업은 스마트폰 마케팅 경쟁 심화와 가파른 원화 강세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예상됐다.
자동차 산업은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심화와 원화강세에 따른 수익성 악화, 조선 산업은 상선 발주량 약세 전환과 해양플랜트 수주 부진, 건설 산업은 정부의 사회간접인프라(SOC) 예산 축소에 따른 토목부문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주력산업의 부진은 국가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올해 국내 경제는 당초 전망치인 4.2%(국민소득 통계편제방식 개편 기준)보다 0.1%p 하락한 4.1%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월 3.5%를 제시했던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번주 발표할 수정전망에서 이보다 낮은 수준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기업들의 기를 살려내야 한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회에 계류중인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하며, 세제·금융해택 등을 시행해 기업들이 성장이라는 목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기업활동을 위한 지원에 정부나 국회가 신경을 쓸 겨를은 없어 보인다. 다음달 열리는 재보선 선거와 정부조직개편, 세월호 국정조사, 국정감사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기업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30대그룹 사장단 모임에서도 기업인들은 정부로부터 확실한 지원카드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대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 혁신과 규제 개혁을 통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경제 울타리를 구성하고 있는 정부와 국회도 기업 못지않게 경제회복을 위해 함께 뛰어야 성장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