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밀러드, 스스로 실격택해 US오픈 출전권 반납
2014-06-08 15:42
“예선때 벙커에서 모래터치” 자진 신고…‘골프는 양심의 스포츠’ 입증
골프는 에티켓을 중시하는 스포츠다. 약 100만㎡(약 30만평)의 대지에서 펼쳐지는 골프는 선수가 스스로 심판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 벌타를 매기기도 한다. 그래서 ‘양심의 스포츠’라고도 한다.
영원한 아마추어 보비 존스(미국)는 경기 도중 볼이 살짝 움직이자 아무도 알아챈 사람이 없었는데도 스스로 1벌타를 매겼다. 주위에서 칭찬하자 그는 “내가 스스로 벌타를 매긴 것에 대해 칭찬받는 것은 보통사람이 은행을 털지 않았다고 칭찬받는 것과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투어프로 웹 심슨(미국)도 2009년 미국PGA투어 봅호프클래식에서,2011년 취리히클래식에서 어드레스 후 볼이 조금 움직인 것을 간파하고 스스로 1벌타를 부과했다. 아무도 볼이 움직인 것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양심에 따라 경기위원에게 신고하고 벌타를 감수했다. 두 대회 모두 최종일 선두권을 달리다가 그랬고, 취리히클래식에서는 연장전에서 져 생애 첫 승 기회를 미뤄야 했다.
그러고도 그는 “골프는 마지막으로 남은 신사의 게임이다. 벌타는 당연하다. 나는 불운했을 뿐이다.”라며 자위했다. 심슨은 그 후 윈덤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뒀고 2012년엔 US오픈에서도 우승했다.
투어프로 블레인 바버(미국)는 2012년 미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 때 해저드에서 치기 전에 루스 임페디먼트를 건드렸다고 나중에 고백, 스스로 벌타를 매기고 실격을 감수했다.
2014년 US오픈 예선에서도 자신의 규칙위반 사실을 알리고 실격을 택한 선수가 있다. 프로 제이슨 밀러드(24·미국)가 그 주인공이다. 밀러드는 실격을 택함으로써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출전기회를 스스로 반납했다.
밀러드는 지난 3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콜로니얼CC에서 열린 2014US오픈 지역 예선에 출전, 2라운드합계 136타(68·68)를 기록하며 본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밀러드는 그러나 그 닷새 후 “예선 27번째홀이었던 9번홀에서 규칙위반을 했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밀러드는 “어프로치샷이 벙커에 들어갔고 벙커샷을 하기 전에 클럽헤드가 모래에 닿았다”고 미국골프협회(USGA)에 알렸다. USGA는 8일 “골프규칙 34-1b에 따라 밀러드의 예선 통과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밀러드가 해저드안에서 클럽으로 모래를 터치했는데도 2벌타를 가산하지 않은 스코어를 제출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밀러드는 “클럽이 바닥에 닿았는지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모래가 약간 파인 듯했다. 본선 진출이 확정된 후 닷새동안 연습을 했으나 갈등과 번민으로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없었다. 가슴아픈 일이지만, 내가 한 결정이 옳다고 본다.”고 신고배경을 설명했다.
밀러드가 예선 당시 규칙위반을 알리고 2벌타를 받았을 경우 그는 1타차로 본대회 출전권을 얻지 못할 상황이었다. 밀러드의 실격으로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던 샘 러브가 본선에 나가는 행운을 얻었다.
밀러드는 2년전 1타가 뒤져 미PGA투어 Q스쿨에서 낙방했다. 올해는 2부(웹닷컴)투어 ‘조건부 시드권자’로 활약중이다. 좀처럼 출전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일곱차례나 ‘월요 예선전’에 나갔으나 모두 탈락했다.
이번 예선에서 보인 ‘양심적인 행동’이 그의 장래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