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대마초 진화(?) 어디까지
2014-06-08 05:30
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봤던 뉴스가 생각난다. 한 유명 가수가 대마초를 피웠다 경찰에 체포됐다는 내용이었다.
뉴스에 이어 대마초의 나쁜 점에 관한 내용의 프로그램이 방송됐고 그것을 본 어린 아이는 충격에 휩싸였다.
환각 상태에서 부끄럼 없이 공공 장소에서 용변을 보는가 하면 높은 곳에서 아래를 처다봐도 거리 감각을 상실해 뛰어 내린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을 우연히 본 초등학생 남자 아이는 커서도 대마초에 대한 안 좋은 기억에 담배는 피워도 대마초는 죽어도 안 피울거란 혼자만의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유학 시절 목격한 장면은 전혀 딴 세상이었다. 아파트 밑에 층에 사는 사람도, 같은 반 급우도, 심지어 교수까지도 대마초를 피우는 것이었다.
한번은 급우의 초대를 받아 파티에 참석했는데 동부 유럽에서 유학온 그 친구도 사슴뿔로 만든 파이프에 대마초를 채워 넣고 돌려 피우는 것이 아닌가.
그 친구들은 담배가 대마초보다 건강에 더 해롭다며 권하는 것이었다. 분명 대마초 흡연은 불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피우는 모습에 헷갈렸다.
한국에서 연애인이나 문학인들이 대마초를 피웠다 적발됐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미국에 살면서 대마초 피다 걸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적어도 미국인들 사이에서 대마초는 더이상 '마약'으로 취급되지 않는 것 같이 보인다.
물론 아직도 대마초의 부작용과 폐단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콜로라도주는 올해 초 대마초, 즉 마리화나를 오락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말은, 종전에는 고통을 덜기 위한 환자들을 위해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었던 대마초가 이제는 담배처럼 판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미국 전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콜로라도와 함께 2012년 11월 워싱턴주가 '오락용 대마초' 판매를 합법화했고 이러한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 오락용은 아니더라도 의료용 대마초 판매를 허용하려는 지역이 상당수 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도 그 중 한 곳이다. 워싱턴D.C. 시의회는 지난 2010년 5월 의료용 대마초 핀매를 허용했고 올 4월에는 소량의 대마초 소지도 허용했다.
워싱턴D.C. 시장이 소량의 대마초 소지를 기소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워싱턴D.C.는 소량의 대마초 소지를 합법화한 14번째 시가 됐다.
법에 따르면 워싱턴D.C. 내에서 28g 이하의 대마초를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되면 종전 징역형과는 다르게 최대 25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주에서는 더욱 진화된 형태의 대마초 관련 상품이 나왔다. 바로 '대마초 음료'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워싱턴주에 있는 '머스 프로비전'이란 업체는 "340ml 용량의 커피에 대마초(마리화나)의 주 성분인 THC를 넣은 음료를 개발했으며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 이 업체는 상표에 합법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legal'를 붙여 광고 중이다.
업체 측은 "이 음료는 머리를 맑게 하고 더 생동감 넘치는 기분을 들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업체는 "대마초 성분이 들어간 탄산음료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걱정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커피 음료도 모자라 탄산 음료에까지 대마초 성분을 넣는다. 아직 이 음료를 미성년자들에게 판매를 해도 되는지 안되는지에 관한 규정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 시중에서 이러한 음료가 판매된다고 하면 어린 아이들 손에도 손쉽에 쥐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아이들도 대마초에 쉽게 노출이 되고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생각해야 한다. 건강해야 할 우리 아이들이 대마초 성분이 들어간 탄산음료를 길거리에서 쭉 들이킨다고 생각해 보자.
아무리 열린 마음으로 생각한다 해도 대마초 음료, 아직은 아닌것 같다. 좀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 어른들의 욕심에 아이들의 건강을 내 맡길 수 없다. 대마초의 진화, 어디까지 갈지 잘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