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외압' 김용판 전 청장 항소심도 무죄(종합)

2014-06-05 14:17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대선 직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56)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5일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김용빈 부장판사)는 이날 공직선거법·경찰공무원법 위반 혐의와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김 전 청장에 대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충분이 입증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이로울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면서도 "피고인의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볼 수는 없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김 전청장이 2012년 12월11일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발생하자 사건을 맡은 수서경찰서에 허위의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가 포함된 중간수사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언론 브리핑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선거법상 선거운동의 의미는 죄형 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도록 해석해야 한다"며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행위자의 목적성, 계획성, 능동성이 모두 인정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디지털 분석결과 보고서, 중간 수사결과 발표시 보도자료 등의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없고, 김 전 청장이 수사 결과를 은폐·축소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수사결과 발표 당시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후 수사가 확대된 뒤 발견된 자료를 기준으로 기존 수사가 축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권은희 증인(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 신빙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청장은 판결 선고 직후 "오늘 판결을 계기로 경찰이 국민 속으로 더 따듯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공정한 판결을 한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앞서 김 전 청장은 지난해 수서서의 국정원 댓글의혹 수사 당시 국정원 여직원 김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 키워드를 축소하도록 지시하고 대선 직전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허위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유력한 핵심 증거인 권 과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전 청장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실체를 은폐할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