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승계 핵심, 에버랜드 움직인다… 남은 시나리오는?
2014-06-03 14:57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삼성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인 에버랜드의 상장이 이뤄지면서 3세 승계작업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에버랜드는 이미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 승계 과정에서 지분가치를 높이기 위한 자산가치 증대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돼 왔다.
추후엔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 삼성물산 분할 합병이나 지주회사 전환 등의 승계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에버랜드 자산가치 증대의 필요성
3일 재계에 따르면 에버랜드의 상장설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당초 예상보다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에버랜드 상장은 수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랬던 에버랜드의 상장설이 빠르게 현실화되면서 삼성 승계 작업도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증으로 갑작스럽게 입원하게 되면서 상장 계획이 앞당겨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버랜드는 삼성SDS와 마찬가지로 비상장 기업 중 그룹 3세가 높은 지분을 갖고 있는 핵심 계열사이다. 이에 따라 상장이 이뤄지면 3세 지분가치가 상승해 승계 작업에 필요한 자금 충당이 용이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S는 상장을 통해 그룹 3세의 보유지분가치가 세전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버랜드 역시 상장을 통해 오너 일가족 지분가치가 2조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는 이러한 지분가치가 향후 주식맞교환이나 구주매출, 담보설정 등을 통해 이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데 필요한 세금이나 그룹 내 지분확보가 필요한 계열사 주식 매입에 동원될 것으로 내다본다. 지분가치상 3세 경영을 위한 상속세에만 약 6조원 수준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상속세나 핵심계열사 지분매입 자금을 충당하는 데 삼성SDS 상장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또한 “삼성에버랜드 상장과 함께 3세들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분구조 개편안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에버랜드, 지주회사 전환 수순?
이와 관련, 에버랜드는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늘려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을 제외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등 비금융 주력계열사에 대한 최대주주 관계자 지분율은 20% 미만이며, 상속으로 지분율이 일부 상실되면 지배력은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피하기 위해 에버랜드가 상장하고 순환출자 계열사들이 에버랜드의 지분을 시장에 매각, 이 자금으로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의 인적분할 후 에버랜드와의 합병설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 지분이 높은 비상장사와 주력 상장사 간의 합병은 지탄받을 가능성이 있어 합병 이전에 상장이 먼저 추진될 가능성이 있었다”며 “향후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의 구조재편 작업이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상장의 의미는 그동안 계속돼온 삼성 그룹사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우리투자증권 김동양 연구원은 “상장시 계열사들의 구주매출을 통해 그룹내 순환출자 고리를 대부분 제거해 7월부터 신규순환출자 금지 등 강화되는 규제환경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며 또 “상장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과 향후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보다 유동적인 대응능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 박중선 연구원은 “에버랜드의 순차입금이 1조6000억원에 달하고 총 자산 중 삼성생명 비중이 50%에 육박해 M&A 등을 통한 자체 사업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순차입금 축소 또는 신규 M&A를 위한 자금 확보에서 상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또한 “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극대화 시켜 삼성전자, 삼성물산과 같은 그룹내 핵심 기업에 대한 취약한 지배력을 높이는데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