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백혈병 잠복기보다 짧은 근무기간이라도 산재 인정
2014-05-30 08:39
대법원 3부는 조선소 도장작업을 하다 백혈병에 걸린 김모(35)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최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린 것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2003년 5월 입사해 한 달간 이론교육을 받았고 아홉 달의 기간 중 매일 1~4시간씩 연장근무를 했다. 또 한 달에 한두 번씩 휴일근무도 했다.
2003년 6월 회사에서 받은 신체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이듬해 2월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04년 말 퇴직했다.
김씨는 도장작업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벤젠 등에 노출돼 백혈병에 걸렸다며 산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근무기간이 연수기간까지 더해도 10개월로 백혈병 잠복기(2∼5년)보다 짧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했고 2011년 1심 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997년 전까지 사업장 내 벤젠 농도가 허용치보다 높은 경우가 많았고 이런 사정이 김씨가 일했던 2007년 7월까지도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백혈병이 최소 아홉 달만에 발병한 사례가 있는 점, 김씨의 업무강도가 높고 근무환경이 열악했던 점을 고려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번 판례는 1년 미만 노출에 의한 백혈병 발병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첫 사례로, 타 반도체 공장 백혈병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