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세월호 사고로 인한 소비 부진, 추가 악화 없었다"
2014-05-28 12: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한국은행은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상황이 추가적으로 악화되지는 않았다고 28일 발표했다.
아울러 4~5월 중 국내 경기는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 소비 지표, 4월 말 부진 → 5월 다소 회복…"추가 모니터링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대경권의 한 백화점은 4월 상반월까지 전년동기대비 매출 증가율이 5% 정도였다가 세월호 사고 후 10%대의 감소세를 보였고, 같은 지역의 한 대형마트도 매출이 5% 가량 줄었다.
강원권은 4~5월 중 열릴 예정이던 축제 및 행사 111개 중 21개만 정상적으로 추진됐고 53개가 연기됐다. 18개는 축소됐고 8개가 취소됐으며, 11개는 검토중인 상황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4월에 매출이 줄었던 대경권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은 5월 들어서 5% 정도 늘었다. 지난 5월 3~6일까지 전남 여수시 주요 관광지 18곳에는 총 34만7000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4월 마지막 주에 비해 5배 이상 관광객이 증가했다. 전주 한옥마을에도 하루 평균 1만2000여 명이 입장해 4월 주말의 입장객 수(일평균 약 6000명)를 웃돌았다.
한은 지역본부가 소비관련 서비스업체 245개를 대상(응답 166개)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월 하반월에 매출 감소폭이 10%를 초과한 비중이 33.7%에 달했다. 그러나 5월 상반월에 이 비중은 27.1%로 축소됐다.
김상기 한은 지역통할실장은 "지표상에서는 4월 하반월에 비해 5월에는 전반적으로 소비 부진 폭이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났다"면서 "다만 최근의 개선추세는 5월초 연휴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이라는 견해도 있어 민간소비의 기조적 흐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비관련 서비스업체들의 54.2%는 이번 사고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2~3개월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3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란 답변도 10.2%였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최근 발표된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8에서 105로 떨어진 것을 보면 소비심리가 위축된 걸로 판단해야 되지 않나 싶다"면서도 "다만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이 얼마나 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국내 경기, 완만한 개선세 지속
4~5월중 국내 경기는 개선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동남권, 충청권 및 제주권에서 경기가 개선됐으나 호남권 및 대경권이 지난 분기에 이어 보합세를 유지했다. 강원권 역시 회복세가 주춤했다.
생산측면에서는 제조업생산이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의 국내외 수요증가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 서비스업생산은 수도권과 제주권은 증가했으나 일부 권역에서 감소하면서 보합세를 보였다.
수요측면에서는 수출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반도체, 휴대폰 등 IT제품을 중심으로 증가했지만 소비는 소매판매가 줄어드는 등 대부분의 권역에서 둔화됐다.
설비투자는 IT 등 일부 업종에서 늘어났으나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다만 건설투자는 수도권, 대경권, 제주권 등에서 증가하거나 부진이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한은은 우리 경제의 주요 이슈로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 상황과 함께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 △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의 영향 △건설경기 상황 등을 꼽았다.
환율 하락의 경우 후발국과의 가격경쟁이 치열한 섬유, 일반기계 등의 업종이 환율 하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지역본부가 제조업체 291개(응답 22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2%가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또한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 석유화학, 기계 등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업종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