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 "지난밤 밑줄그은 문장같은 것이 됐으면"

2014-05-15 09:39
마음산책 펴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그제야 사람들이 이 책에서 나를 읽는 게 아니라 다른 뭔가를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나의 청춘이 아니라 자신의 청춘들을 각자 읽고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요. 지금은 그게 꽤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중략) 그래서 누군가 지금 이 책을 읽고 제게 잘 읽었다고 얘기할 때면, 무슨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지는 것만 같아요."(33쪽)

 소설가 김연수가 '청춘의 문장들' 출간 10주년을 맞아 특별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를 펴냈다.

'청춘의 문장들'은 2004년 출간 이후 25쇄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 산문집이다.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라는 부제 아래 저자의 유년과 문청(文靑) 시절 등을 그린 책은 출간 당시부터 독자의 공감을 얻으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저자는 이번에 출시한 '청춘의 문장들+'에서도 스무 살과 청춘에 대한 기억, 소설 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 직장시절 에피소드 등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책은 10년, 청춘, 직업, 소설, 불안 등 10개 주제 아래 새로 쓴 산문 10편을 엮었다. 각 산문 뒤에는 평론가 금정연과 나눈 대담이 이어진다. 

 책의 마지막 장 '다시 10년이라는 것'에서 청춘에 대한 저자의 진솔한 생각이 드러난다. 그는 중국 시인 두보(杜甫)가 쓴 '곡강'(曲江) 시를 20년 전과 다르게 읽게 됐다고 고백하며 "지는 꽃을 바라보는 일은 피는 꽃을 한 번 더 바라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는 꽃도 모두 화려한 옛 시절을 품고 있고, 여전히 청춘은 반복된다는 것.

 올해 등단 20주년을 맞은 작가는 "책의 운명"을 통해 "독자의 존재"를 절감한다고 했다.  

"청춘은 무거워요. 빨리 늙었으면 싶기도 하고요. 그럴 때 저는 저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책을 읽었어요. 그러다가 마음이 동하면 잘 알지도 못하는 문장들에 줄을 그었죠. 그렇게 책에다 몇 번 밑줄을 긋다가 잠들고 나면, 또 새로운 날이 시작됐죠."

그는 "사람의 삶에서 나이라는 게 뭐 그리 중요할까 싶다가도 이렇게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걸 보면 신기하다"면서 "누군가에게 이 책이 그 새로운 날에 돌이켜보는, 지난밤의 밑줄 그은 문장 같은 것이 됐으면 좋겠다"며 했다.208쪽. 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