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유럽, 피라미드·상호·순환출자 규제 없어”

2014-05-15 07:25
외국자본 인수합병 위협 막기 위해 자국기업 지배권 강화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유럽의 선진국가들이 외국자본의 인수합병(M&A) 위협에서 자국기업의 지배권을 공고화하기 위해 피라미드 출자와 상호출자 형태의 기업소유 지배구조를 형성해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15일 ‘유럽 주요국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한국도 이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의 6개 선진국가의 기업 소유지배구조 현황 등을 해당 국가의 문헌을 활용해 비교·분석한 결과 이들 국가들이 외국인에 의한 인수합병의 위협에 직면하면서 현재의 기업 지배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은행과 산업자본간 상호출자관계와 피라미드 출자관계를 보였으며, 스웨덴은 다중의결권과 피라미드 출자구조 등을 통해 자국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해 왔다. 이탈리아에서는 기업간 상호주식보유와 임원 겸임을 특징으로 하는 특유의 그룹형태가 발전해왔다.

또한 이들 국가들은 지주회사와 피라미드 출자, 상호출자와 관련해 별도의 법적 규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지주회사체계와 피라미드 출자구조 형태의 기업집단체계가 형성되어오면서, 법 제도적으로 자유계약의 원칙에 따라 피라미드 출자구조 형태가 허용되는 등 법적 규제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개방화에 따른 국제 금융투자기관의 지분확대 압력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는 크게 변화되지 않고 있다. 일부 신규 상장기업들과 다국적 기업의 상장으로 주식시장에서의 소유분산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통적인 기업집단들은 기존의 피라미드 출자체계나 다중의결권 체계를 통해 안정적인 소유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병기 한경연 선임연구이원은 “이는 유럽 선진국가들이 자국의 주요 기업집단들의 경영권을 안정화시킴으로써 외국인에 의한 인수합병과 산업지배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