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단위, 이제는 '조' 넘어 '경' 시대…경제규모 커진 영향

2014-05-15 07:19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조(兆)를 넘어 경(京) 단위 화폐 통계가 등장하고 있다. 1경은 1조의 1만 배로, 1에 영(0)이 16개가 붙는 단위다.

15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경 단위 화폐 통계가 하나둘 늘고 있다.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한국은행 자금순환표상의 금융자산은 작년 말 1경2630조 원, 금융부채는 1경302조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파생상품이나 자본시장에서는 경 단위 통계가 익숙한 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처리된 증시 관련 대금은 2012년 처음으로 1경 원을 넘어섰고 작년에도 1경4717조 원을 기록했다.

기업어음(CP)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 단기자금 조달수단인 전자단기사채와 환매조건부채권(RP)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증시 관련 대금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 총액은 1경 원을 넘은 지 오래다. 코스피200 선물·옵션 등 장내 파생상품 거래대금은 2006년 처음으로 1경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4경5101조 원을 기록했다. 장외 파생상품 거래대금도 1경2020조 원이었다.

최근 경 단위 화폐 통계의 확산은 무엇보다 경제 규모 증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경제 규모에 비해 화폐단위가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과거 5만 원권이 나오기 직전에 화폐액면 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외국인들에게 설명할 때 1000조 원만 돼도 '1쿼드릴리언(quadrillion, 1000조)'이라고 생소한 영어 화폐 단위를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외국의 경우 통계의 대부분이 10억(billion) 단위로 해결되고 최대치라도 조(trillion) 단위에 그친다.

이주열 총재도 현 상황에서의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3월 인사청문회에서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시행 시 부작용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상당한 논란과 비용이 불가피한 화폐 단위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