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눈물 터뜨린 KBS 기자 "마지막 기회 달라"

2014-05-14 20:09

KBS 기자의 눈물
아주경제 최승현 기자 = 세월호 사고 보도와 관련해 집단으로 반성문을 올리는데 동참했던 KBS 보도국 사회부 38기 강나루 기자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14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로비에서 열린 언론노조 KBS 본부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강 기자는 막내들이 반성문을 쓰게 된 까닭에 대해 밝혔다.

강 기자는 "사장은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 가서야 나타났다"면서 "청와대 정무수석 한마디에 노란 리본 달고 쪼르르 와서 죄송하다고 했다.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고 발생 초기에는 팽목항에서 유가족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팽목항에 갈 수 없었다. 저를 향해서 눈을 흘기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데스크는 그것을 느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곧 눈물범벅이 된 강 기자는 "어떤 선배들은 'KBS가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잘하라는 의미로 욕을 한다'고 했다.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 때도 욕을 먹었다고 했다. 하지만 KBS는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가족들의 얘기를 충분히 담지 못했다. 한 종편이 유가족과 생중계 인터뷰를 했지만, KBS는 죽은 희생자의 모습만 담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에 왔을 때 항의하는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는 원고에서 배제됐고 박수 소리만 나갔다. 유가족들은 KBS가 꼴도 보기 싫을 것"이라면서 "원칙과 기준 없는 속보로 유가족 가슴에 못을 박았다. '시체가 다수 엉켜 있다'는 보도를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기레기'라고 불릴 때 회사는 뭐 하고 있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날 노조는 총회에서 대국민 사죄문과 투쟁문도 발표했다. 이들은 사죄문에서 "언론인으로서 당연히 목말라해야 할 진실, 그것을 갈구하지 않았다"면서 "공영방송이 권력의 방패가 되는 것에 저항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지 못했고, 오히려 그분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전했다.

또 "(우리는) 4000원은 고사하고 2500원의 수신료도 받을 가치가 없는 집단이 되었음을 알면서 애써 부정했다"면서 "상식의 힘으로 돛을 올리고 정의의 힘으로 노를 저어 침몰하는 공영방송 KBS호를 다시 국민을 향해 나아가게 하겠다. 국민 여러분 저희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했고, 오는 21일부터 23일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노조 집행부는 총회 뒤 신관 로비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으며, 이들은 길환영 사장 퇴진, 청와대 정무·홍보수석 해임,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