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노사 진흙탕 싸움...실적악화·국부유출 논란까지
2014-05-12 14:49
점포 폐쇄와 구조조정에서 시작된 노사갈등이 해외 용역비를 둘러싼 ‘국부 유출’ 논란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점포 통폐합 대상 56곳의 명단을 최근 확정했다.
서울 32곳을 비롯해 인천 9곳, 경기 8곳 등 수도권에서만 49곳을 철수했거나 곧 통폐합할 예정이다. 전남·북과 강원 지역에 있던 유일한 점포들도 철수한다.
2011년 전국 222곳이던 씨티은행의 점포는 이로써 134개로 88개(40.0%)나 줄게 됐다.
씨티은행의 점포·인력 축소는 수익성 악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2011년 4567억 원인 이 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2191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그러나 점포·인력 감축 이면에는 경영진의 부도덕성과 씨티그룹 본사의 탐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씨티은행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씨티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진 주된 요인으로 본사가 챙겨 가는 경영자문료 등 해외 용역비를 꼽았다. 해외 용역비는 경영자문료와 전산사용료, 산업보고서 작성, 고객관리 등 명목으로 미국 본사에 지급하는 금액이다.
씨티은행은 한미은행을 인수한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9년간 모두 7540여억 원을 해외 용역비로 지급했다.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2005년 씨티은행이 본사에 보낸 해외 용역비는 437억 원으로, 그해 순익 4609억 원의 9.5% 수준이었다. 그러나 순익이 2191억 원으로 줄어든 지난해 해외 용역비는 1390억 원으로 63.4%를 차지했다.
국내 시중은행도 건물관리, 채권추심, 전산 사용 등에 용역을 이용해 용역비를 지출하고 있지만 씨티은행의 용역비 지출은 규모가 큰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과다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씨티은행이 지난해 지출한 총 용역비는 1830억 원(국내 용역비 포함)으로 KB국민은행 552억 원의 3.3배에 달한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422억 원으로 씨티은행의 4배에 달한다.
노조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고배당에 제동을 걸자 해외 용역비란 편법을 쓴 것"이라며 "이익을 줄이고 비용으로 돌려 탈세한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다국적기업의 계열사가 본사 용역을 받고 경비를 부담하는 것은 일반화된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점포 폐쇄, 인력 감축, 해외 자문료 논란 등으로 노사 갈등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노조는 이달부터 보고서 작성, 콘퍼런스 콜(화상회의), 신규상품 판매 등을 거부하는 태업을 5~6개월간 벌일 계획이다.
한편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26일부터 씨티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나설 방침이다. 정기검사이지만, 4년 만에 실시하는 공동검사란 점에서 조사강도가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