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진근, 연기와 함께 숨 쉬는 그의 삶

2014-05-12 10:23

[사진제공=태원아트미디어]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앗! 이 사람!"하는 배우가 있다. 비중의 크기는 상관 없다. 그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온몸으로 소화하는 배우, 그래서 더 찬란한 빛을 내는 배우가 있다. 배우 김진근. 처음에는 그저 낯익은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가 나오는 작품은 왠지 모를 믿음이 생기고 이내 빠지게 된다.

지난 7일 서울 충정로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난 김진근은 행동 하나, 말투 하나까지 그 자체로 배우였다. 눈빛에는 연기에 대한 진심이 담겨있었고, 진중한 목소리에는 열망과 욕심이 서려있었다. 

김진근은 1960년대 청춘스타 김보애와 당대 톱스타였던 원로배우 고(故) 김진규의 차남이다. 누나는 1980년대 '한국의 샤론 스톤'으로 불린 김진아다. 이모부인 이덕화와 사촌 여동생 이지현 모두 배우인 대표적 연예인 가문. 때문에 그가 배우라는 직업과 맞닥뜨리는 일은 자연스러웠다. 꼭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늘 주변에 있는 사람이 배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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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우의 길을 선택한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부모님은 '너의 선택을 믿는다'는 말만 했다. 대신 많은 경험을 할 기회를 마련해줬고 좋은 인성을 갖길 바랐다. "아버지와 살을 맞대고 살지 않아도 기댈 수 있는 큰 나무가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는 말은 부모가 어떤 존재인지 쉽게 다가왔다.

"연예계에 꼭 발을 들여 놓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세상엔 배우 말고도 다른 멋진 직업도 많잖아요. 미국에서 팔 걷어붙이고 채소 파는 일부터 장작 패는 아르바이트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죠. 미술에도 꽤 흥미가 있었어요. 건축 디자인을 희망했는데 물리에 약해서 영 안 되겠더라고요.(웃음) 진로에 대한 고민은 많았지만 결국 연기가 제 인생이었어요, 스트레스 없이 즐거운 직업은 배우뿐이었거든요."

주위 시선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도 그의 숙제였다. "어렸을 때는 단지 배우의 아들이라는 것에 대해 즐기면서 살았다.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시선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것이다. 그만큼 연예인 집안의 맹점도 정확하게 봤다. 화려함이나 스포트라이트 못지 않게 그늘이 존재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남들의 눈을 신경 쓰고 살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담감을 이겨내기 위해 더욱 연기에 몰두했다. "아버지는 분명 훌륭한 배우였다. 하지만 내가 김진규의 아들이라고 연기를 특출나게 잘하는 것은 아니다. 노력이 필요했고 나만의 색깔을 잡아야 했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이 이미 양지바른 언덕을 만들어 줬는데 그늘이 싫다고 하면 그건 너무 큰 욕심"이라는 여유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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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배우라는 직업 자체에 대해 강한 애착이 있었다. 배우를 '묘한 경계선에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김진근은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표현과 욕망을 드러낼 수 있어서 좋다. 허상의 공간에서 편하게 숨 쉬면서 척추 곧바로 세우고, 캐릭터에 빠지려고 노력하는 직업이 감사하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작품마다 온 정신을 다 해 캐릭터에 빠진 그는 어느덧 데뷔 20년 차 관록의 배우가 됐다.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다면 이제는 호흡을 가다듬고 걸어갈 조금의 여유가 생겼단다. 그러면서도 초심은 놓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20년 전을 바라보면서 그 당시에 가졌던 '처음의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나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마음이 게을러지지 않게 경계하고 있어요."

이런 마음가짐은 20년 동안 수 편의 필모그라피를 쌓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현재 김진근은 SBS 일일드라마 '잘 키운 딸 하나'와 TV조선 '불꽃속으로'에 출연하고 있다. 오는 18일 방송되는 OCN '신의 퀴즈 시즌4'에서도 그만의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나에게 연기는 내 안에 있는 수많은 것들을 소각시키고 태우는 공간이다. 세상과 잠시 떨어져서 즐겁게 미칠 수 있는, 내 꿈이 담긴 장소"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인 김진근. "배우가 들어야 할 말은 외모나 인성에 대한 칭찬이 아니다. 그저 '연기 정말 잘해'라는 한마디다. 그래서 나는 대중과 편하게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말로 온전한 배우의 삶을 표현한 그의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