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잠재GDP 및 GDP갭 추정, 금융안정 고려 병행해야"

2014-05-02 12: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인플레이션 안정을 기준으로 추정하는 국내총생산(GDP) 갭률에 금융안정을 고려하면 이전 추정치와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거시정책 운용 과정에서 이를 기존 추정방법과 병행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일 한국은행 조사국의 박양수 계량모형부장 외 3명은 4월 조사통계월보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금융중립적 잠재GDP 및 GDP갭 추정'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박 부장은 2010~2012년까지 최근 3년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3.3~3.8% 수준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고려한 '금융중립적 잠재GDP'를 추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배경으로 보고서는 "2000년대 중반 인플레이션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금융불균형의 심화로 금융위기가 초래됨에 따라 인플레이션에만 초점을 두고 추정한 잠재GDP는 지속가능한 생산수준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잠재GDP 추정방법은 금융충격에 의해 실물경기 변동이 증폭되면 지속가능한 잠재GDP를 과대 또는 과소 계상할 수 있다. 이는 경기변동의 폭을 파악하는데 이용하는 GDP갭(잠재GDP와 실질GDP 간 격차)도 과소 또는 과대 추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보고서는 "기존 방식의 GDP갭 추정치를 바탕으로 안정화 정책을 수행하는 경우자산시장의 버블이나 금융위기 등에 의해 초래된 경기순환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주택자산가치 및 민간신용 등 금융상황변수를 추가적으로 고려해 금융중립적 GDP갭을 추정한 결과, 1998년 외환위기 직후에는 기존 추정방법보다 낮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몇 년간은 높게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박 부장은 "추정 결과는 금융안정까지 고려해서 거시경제정책을 수행하는 경우, 외환위기 직후에는 보다 적극적인 부양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고,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보다 긴축적 방향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 추정방법은 기준년을 2005년에 두고 있으므로 기준년이 2010년으로 바뀐 최근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기준년 개편으로 전반적인 GDP레벨이 상승해 잠재 GDP 수준도 높아졌을 것이나 갭률은 그대로여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2000년대 중반 GDP갭률의 추정치 격차는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신용 및 자산가격과 실물경제간 괴리 폭이 이들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아직까지 금융중립적 잠재GDP의 개념에 대한 학계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모형설정 과정에서 사전제약을 강하게 부과하고 있는 점 등에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관련 연구가 축적되기 전까지는 금융중립적 GDP갭과 기존 방식에 의한 GDP갭 추정치를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