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보호·선거 대비 앞에 존재감 잃은 새누리

2014-04-30 17:03

아주경제 이병욱 기자 =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와 함께 구조 및 수습 대책 마련을 주도해야 할 새누리당이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가적 재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수세에 몰린 박근혜 정권을 보호하는 데 급급하거나, 잇달아 열릴 각종 선거 준비에 바빠 정국 수습 국면에서 겉도는 느낌마저 들고 있다.

매주 수요일마다 열렸던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는 30일까지 한 달째 열리지 않고 있다. 당은 세월호 사고 직후 주요당직자회의, 원내대책회의 등을 일부 생략하면서 사고 관련 발언을 자제해 왔다.

최고위원회의에선 당 지도부들이 “지금은 사고 수습을 지원해야 할 때”라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사고 수습 지원을 위해 설치한 당 세월호 사고대책특별위원회도 눈에 띄는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고 발생 2주가 넘는 동안 특위는 수 차례 회의를 열고 결과를 발표했지만, ‘자원봉사자 수나 구호물품을 줄여야 한다’, ‘총리가 팔을 걷어붙이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피해자 가족에 대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수준의 대책만 되풀이했다.

이처럼 존재감 없는 모습은 당내 의원들의 ‘각개전투’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대국민사과 발표 등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지도부가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몸조심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황우여 대표는 하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도부 일부는 7월 전당대회에 나설 전망이다.

여기에 당장 오는 8일 열리는 원내대표 선출을 시작으로 6·4 지방선거,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권 몫의 의장단 및 당 대표, 정책위의장 선출, 하반기 상임위원장 조정, 7월 재보궐선거 등이 잇달아 예정되면서 각자도생 분위기가 만연한 게 사실이다.

여기에 지나치게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정권 보호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고 후속 조치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으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도 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한 대국민사과가 도리어 유가족의 반발을 사자 “대통령이 사과를 어디서 했느냐 하는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과는 사과로 받아들여야지 이것(형식)을 가지고 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함진규 대변인도 전날 논평에서 “진심이 담긴 사과로서 이제는 사고 수습에 더욱 더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정부의 책임보다는 사고 자체에 비중을 뒀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가적인 비극 앞에서 집권여당이 뒷전으로 물러나 있으면 안 된다.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는 한편, 더욱 적극적인 사고 수습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