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영상 미디어전' 한창

2014-04-29 17:28
쉬린 네사트, 예스퍼 유스트전 이어 '아시아 출신 여성 미디어작가' 7명 작가전 개막

끝없는 도전_인피니트 챌린지전에 출품한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중국 젊은작가 차오 페이의 작품을 이수정 학예사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미디어전이 한창이다. 4월 한달새 세개의 미디어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지난 1일 열리고 있는 '쉬린 네샤트'전과 19일 펼친 덴마크 미디어작가 예스퍼 유스트 '욕망의 풍경' 개인전에 이어 아시아 출신 여성 뉴미디어 작가 7명의 예술세계를 조명한 '끝없는 도전-인피니티 챌린지'전이 29일 개막했다.  

 여성작가들의 눈으로 본 세상과 남성 작가가 바라보는 여성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영상에 펼쳐지고 있다.

 회화처럼 슥 지나치면서 볼수 있는 전시가 아니다. 미디어전은 관객과의 소통을 절실히 원하는 전시다.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또는 의자에 앉아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야 이해가 가능하다.
 

인도작가 날리니 말라니는 5개의 벽을 통해 영사되는 '모국-인도: 고통의 구축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변화하는 인도와 무슬림 사회에서 여성의 고통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끝없는 도전_인피니트 챌린지= 여성작가 7인의 미디어작품을 선보이는 이 전시는 '쉬린 네샤트'에 이어 진행되는 국립현대미술관 아시아 아트 프로젝트(Asia Art PROJECT) 두 번째 기획전이다.

 뉴미디어 작품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새로운 예술에 대한 도전과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영상·사진·퍼포먼스·설치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요소들로 구성된 작품 22점(영상 14점, 사진 2점, 설치 3점, 넷 아트 2점, 퍼포먼스 1점)이 펼쳐진다.

 7인의 여성 작가 중 1970년대 초반 비디오 아트를 시작한 김순기(68ㆍ한국)와 날리니 말라니(68ㆍ인도), 슈리 쳉(60ㆍ 대만)은 강력하면서도 선구적인 뉴미디어 여성작가다.

 김순기는 개념적인 퍼포먼스와 미디어 작품을 발표해 온 우리나라 대표 여성 미디어작가다. 시·공간의 만남에서 생성되는 우연성과 일회성에 대한 관심을 직접 채집한 사운드로 탄생시킨 소리설치작품 <침묵의 소리를 들어라>(2014)를 선보인다.

 날리니 말라니는 회화에서 출발하여 영상과 설치로 확장해온 작가이다. 5개의 벽을 통해 영사되는 <모국-인도: 고통의 구축에 관한 보고서> (2005)는 변화하는 인도와 무슬림 사회에서 여성의 고통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슈리 쳉은 인터넷을 매개로 한 넷 아트(net art)를 통해 거대권력이 은폐하려는 진실을 폭로한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욕망의 들뜬 대상들> (1992)은 여러 인종의 여성 작가들이 인종과 성에 대한 관념을 풀어낸 작품이다.

 개성 넘치는 젊은 여성 작가 샤흐지아 시칸더(1969, 파키스탄), 틴틴 울리아(인도네시아), 쉴파 굽타(인도), 차오 페이(중국)는 관람객의 참여와 소통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이 돋보인다.

 이외에 서울관 영화관에서는 슈리 쳉의 초기 영화인 <색채 조합>(1989)과 <욕망의 들뜬 대상들>(1992), (2000), 차오 페이의 장편 영화 <황사>(2013)와 <위안화 도시>(2007)가 특별 상영된다. 전시는 7월 13일까지.
 

이름 없는 장관, 2011, 13.00min, 2 channels projected video installation_01


◆덴마크 작가 예스퍼 유스트의 개인전 <욕망의 풍경>=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 사이의 미묘한 교감을 섬세하게 추적해 모순적인 느낌을 극대화시키는 비디오 작가다.

 이번 전시는 ‘여성의 은밀한 욕망의 투사’라는 공통된 주제로 제작됐다.  초기에 남성을 주제로 작업을 했던 유스트는 2008년 이후부터 여성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영상은 앞과 뒤, 또는 시선과 시선이 이어져있다.  하나의 화면에 교차편집으로 상영되는 게 아니다. '이름 없는 장관'은 두 개의 스크린으로 이뤄진다. 관객은 양 스크린의 가운데 서서 여자를 따라가는 남자와 남자를 앞서 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본다. 관객은 마치 화면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수동적인 감상이 아닌 직접적이고 신체적이며 물리적인 경험이다.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좀 황당하고 엉뚱한 영상이 계속 흐른다. 콘크리트 기둥을 애무하는 젊은 여성과 고속도로를 달리다 말고 황무지로 내려가는 중년 여성의 이상한 모습 등 인간의 관습 이면에 숨은 원초적인 욕망들을 보여준다. 

 모호하면서 끝을 알수 없는 작업에 대해 유스트는 "작가는 답변을 제시하는게 아니다. 내 작품은 관객들에게 질문을 떠안은 채 고민에 잠기게 하는 것 "이라며 "예술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의 의미는 모호성을 통해 떠오르는 물음"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8월 3일까지.
 

쉬린 네샤트, <여자들만의 세상> 중 <뮈니스(Munis)>, 2008, 12분 45초 ⓒ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New York and Brussels


◆이란 출신 여성 미술가 쉬린 네샤트 대규모 회고전=지난 20년간 쉬린 네샤트가 발표해온 사진 54점과 영상 9점 등 64점을 소개한다. 작가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시”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대규모 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초기 작품인 ‘알라의 여인’과 사진 설치 작품인 ‘왕서’, 흑백 영상 3부작인 ‘소란’, ‘황홀’, ‘열정’ 등이 나왔다.

  작품은 이란의 정치와 역사 문제, 이슬람 여성의 이미지, 이란의 고전 문학 등 자신의 고국에 관련된 주제에 바탕을 두면서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특히 정치적인 주제를 영상미와 시적 서정성이 가득한 영상으로 풀어낸다.

 영화감독으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의 유명 영상작품을 볼수 있다.

 2채널 흑백 영상작업 '격동'은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이란의 현실 때문에 텅 빈 객석을 향해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부르는 여성과 관객이 가득 들어찬 객석을 등지고 노래하는 남성의 모습을 대비했다.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여자들만의 세상>은 2009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한 작품.  샤누쉬 파시푸르가 쓴 소설을 개작한 작품이다.
 
 정치 활동가가 되기를 열망하는 여성 '뮤니스', 어머니가 되고 싶은 여성 '마도흐트', 창녀 '자린' 등 세 여성의 얘기가 1950년대 이란의 사회정치적 배경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지하 1층 영화관에서 전시가 열리는 동안 상영된다. 전시는 7월 1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