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공공건물 "예산 탓" 3년 방치…"직무유기"라고!

2014-04-28 20:51
건물 리모델링비 20억원 타령 ‘어쩔 수 없는 일’

                                                 ▲옛 지식산업진흥원 건물 

아주경제 진순현 기자=제주 벤처기업 육성에 요람이었던 옛 지식산업진흥원 건물이 3년간 무단 방치되며 도심지 번화가 한 가운데 ‘흉물 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제주도로부터 인수 받은 제주대학교는 3년째 ‘예산 탓’을 핑계로 아무 활용하지 않는 채 ‘직무유기’ 상태로 건물 세금만 축내고 있다.

급기야 건물 감정평가와 비슷한 금액의 건물 리모델링비 20억원 예산타령을 내놓으며 ‘어쩔 수 없는 일’이란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최근 건물 임대료 가격이 올라 건물 구하러 이리저리 돌아 다녀봤다며 “막상 이런 공공건물을 놀리고 있는 것에 부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성토했다.

그는 “특히 제주대 졸업생 중 이공계열 취업이 절반도 못 미치고 있다. 현재 비워있는 건물을 활용할 생각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며 “제주대 관리당국은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이처럼 공공건물을 놀리고 있는 것은 관리당국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제주대 관계자는 “제주대가 예산이 전혀 없다. 리모델링 비용이 무려 20억원이 든다” 며 “만약 제주도가 나서서 지원을 해 주면 모를까, 뚜렷한 방안이 없는게 현실”이라고 에둘러 답했다.

그러면서 “건물 사용계획에 대해 도와 협의를 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해 도에서나 개인사업자들이 요청은 오지만 구두로만 오는 상태다” 며 “만약 옛 지식산업진흥원 건물이 이슈화되어 관리가 교육부로 넘어가면 도 차원에선 큰 손실이 된다”며 애향심을 들어 더 이상 확대 해석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우리는 전혀 모르는 일. 제주대에서 건물과 관련 협의해 왔던 적도 없다”고 단언했다.

옛 제주지식산업진흥원 건물은 건축면적 451.94㎡, 연면적 3917.38㎡로 옛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로 건립됐다.

지난 2009년 12월 입주 벤처기업들과 함께 새로 신축한 제주테크노파크로 이전하면서부터 건물이 텅 비기 시작했다.

이어 2010년 도에 건물이 기부채납됐고 2011년 제주도는 제주대와 이 건물과 제주대 소유의 서귀포의료원 일대 1만1332㎡ 부지를 맞바꾸면서 제주대가 새 관리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건물은 현재 아무런 활용도 되지 못하고 있다.

녹슨 셔터와 잠긴 문, 뚫린 방충망 사이로 보이는 폐자재들과 켜켜이 쌓인 먼지가 자칫 폐가를 방불케하고 있다.
 

▲옛 제주지식산업진흥원 건물이 쇠사슬를 이용, 굳게 닫혀 있다.


28일 제주도민일보에 따르면 제주대가 뒤늦게 3년째 허송세월을 보내다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활용계획안을 만드는 등 '구태'를 보인다고 밝혔다.

한 장짜리 ‘구)지식산업진흥원 공간 활용 계획(안)’ 해명 자료를 통해 단기적 활용계획은 1층에 한해 도서관 출판도서 2만권 보관 장소로 임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 국고 시설, 설비 보수비 집행 잔액 파악 후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교육 및 연구 활동 공간 전환 △국고 예산 확보로 리모델링 추진 이후 아동청소년 교육 및 재능기부센터 △국책사업단 등 공간으로 활용 △공간 임대를 원하는 민간기업이나 단체가 있는 경우 유상 임대 고려(단 시설사용에 따른 수선비는 사용자 부담 원칙) 등이 제시됐다.

향후 추진계획으로  ‘리모델링비 20억원 확보 노력’이라고 명시했다.

담당자가 건물 활용 계획안의 존재를 알지 못했거나 계획안이 급하게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제주대는 2011년 12월 19일 국·공유재산 교환 계약에 의거 이 건물을 관리하게 됐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계획’도 아닌 ‘계획안’만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벤처기업들이 사무실 하나 못 얻고 거리를 전전긍긍하는 동안 옛 제주지식산업진흥원 건물은 3년간 먼지만 수북이 쌓인 채 폐가로 전락하는 속 아픈 현실이 제주대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진제공=제주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