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총리 전격 사의...불가피한 선택?
2014-04-27 16:39
아주경제 오세중 기자 =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세월호 침몰 사고와 이후 대응과정에서의 총체적 난맥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아직도 실종자 수습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에서 ‘사의 표명’이라는 정 총리의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까지 수습된 사망자만 180여명에 달하고 실종자도 100명이 넘는 후진국형 재난에서 정부의 대응이 우왕좌왕하며 혼선을 빚었고 이에 실종자ㆍ유가족들은 물론 국민들의 원성이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세월호 침몰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 총리가 책임을 져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사고 발생 첫 날인 지난 16일 오후 중국ㆍ파키스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다가 사고 소식을 접한 후 항로변경을 통해 곧바로 진도로 향해 사고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준비되지 못한 진도 사고 현장행은 결국 실종자 가족들에게 욕설과 물세례를 당하는 수모로 이어졌다.
또한 정 총리가 직접 대책본부 본부장을 맡아 현장에서 진두지휘했지만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 이끄는 서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오락가락' 정리되지 못한 발표로 엇갈리고 해수부, 해경 등도 발표를 일원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실종자 현황을 다르게 발표하는 등 우왕좌왕하자 정부의 대응체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이같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정 총리가 사퇴를 결심한 또 다른 배경으로 보인다.
정 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제 더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미 세월호 참사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곤두박칠 치고 있어 민심 수습용으로 사퇴카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빠른 여론전환용 변수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 성패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표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여권 내에서의 정부 개각 요구도 정 총리의 사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 초대총리로 1년2개월동안 재임하면서 청와대의 강력한 영향력 속에 '방패총리' '의전총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정 총리는 결국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인해 '책임총리'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