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 '세월호 참사' 책임지고 자진사퇴

2014-04-27 14:18
박근혜정부 최대 위기서 "국정운영 부담줄 수 없어" 자진사퇴



아주경제 주진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로 취임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정 총리는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열이틀째인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제때 처리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정 총리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세월호 침몰사고로 어린 학생들이 수학여행길에 목숨을 잃고 많은 분이 희생됐다”며 “온 국민 충격과 슬픔에 빠졌고 사고 발생 열흘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가족들의 절규가 잠을 못 이루게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사고 희생자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하고 유가족 여러분께 마음 깊이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며 “구조된 분들의 상처 쾌유를 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은 비통함에 몸부림치는 유가족들의 아픔과 국민 여러분의 슬픔과 분노를 보면서 저는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인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사죄드리는 길이라는 생각이었다”고도 했다.

정 총리는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빨리 사고 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제 더는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지금은 서로 탓하기보다는 하루빨리 구조작업을 완료하고 사고를 수습해야 할 때”라며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길 간절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보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오랫동안 이어져 온 다양한 비리와 잘못된 관행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그런 적폐들이 시정돼 더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회견에 앞서 사의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 총리의 사의표명에 대해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숙고해서 판단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난맥상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은 이른 시일 안에 정 총리의 사표를 수리할 전망이다.

정 총리가 이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세월호 참사 후 급부상한 개각 불가피론은 이제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정 총리가 내각 일괄사표가 아닌 '나홀로 사퇴'를 선택함에 따라 개각의 향방은 다소 유동적 양상을 띠게 됐다. 사고수습이 우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은 야당이 촉구하는 내각총사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구조 및 수습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총체적 무능과 부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만큼 향후 사고에 책임 있는 부처들까지 포함하는 '대폭 개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