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우리는 왜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의 분노와 눈물이 필요했나

2014-04-26 10:26

왼쪽부터 팩트TV 오창석 아나운,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 서해성 교수. [사진=고발뉴스 방송화면 캡쳐]


아주경제 전기연 기자 = "너무 많은 고민을 했다. 어제 학부모로부터 4장의 사진을 제보 받았다. 학부모께서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2-8반 아이들이 있는 선실이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80도로 기울어져 있는 선박에서 휴지처럼 내팽개쳐 있었다. 다시 가족에게 물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2-8반이 단원고에서 사라진 반이 됐다. 우리 아이들을 구해 달라. 이종인 대표에게 보여 달라'며 부탁했다"고 전하던 이상호 기자의 얼굴은 이미 눈물에 젖어 있었다.

25일 오후 10시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진행된 고발뉴스 생방송에서 이상호 기자는 안산 단원고등학교 2-8반 학생이 친구에게 침몰 직전 SNS를 통해 보낸 4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서 2-8반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은 채 기울어가는 선박 벽면에 기대 그저 어른의 말이라고 '객실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지키고 있다. 이 말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 누구도 모르는 것처럼.

사진을 공개하던 이상호 기자는 목이 메이는 듯 말을 잇지 못하고 억지로 울음을 참느라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내 이상호 기자는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은 배가 침몰 중이라며 어른들 세상에 사진을 보내 호소한다. 9시 40분에 마지막 사진이 올라왔고, 친구는 9시 59분에 장난으로 알고 'ㅋㅋㅋ'를 남겼다. 하지만 이 (답신) 메시지는 읽지 않은 메시지가 됐다"며 흐느꼈다. 이내 "과연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한 것일까요?"라고 물으며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앞서 24일 큰 덩치와 무뚝뚝한 외모로, '지상 최대의 구조작전'이라는 기사를 쓴 연합뉴스 기자에게 "기자 개XX야. 너 내 후배였으면 죽었어"라고 욕설을 서슴지 않았던 이상호 기자가 이날 단원고 학생의 마지막 모습에 오열에 가까운 눈물로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이자 피해자 가족과 시청자들은 그 반전의 모습 자체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았다.

또 우리가 하지 못했던 말을 대신하면서 마치 피해자 가족들의 대변인이 된 듯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의 심경을 전한 부분에 대해서도 크게 공감했다. 그동안 피해자 가족들은 말뿐인 정부의 구조작업에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였다. 이런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을 긁어주듯 이상호 기자는 정부의 겉핥기식 구조작업을 지적했으며, 구조작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다이빙벨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전방위로 노력해 왔다. 결국 온갖 논란 끝에 이날 사고 해역에 다이빙벨이 투입돼 피해자 가족들의 꽁꽁 언 마음에 작으나마 해빙점이 생겼다.

네티즌들은 이상호 기자의 눈물에 "이상호 기자, 당신은 진정한 영웅" "이상호 기자 방송 도중 눈물, 말을 잇지 못하네요" "같이 눈물 흘렸다" "우리 대신 '할 말' 해 주는 이상호 기자, 당신이 진정한 기자" "학생들 마지막 사진에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라는 댓글을 쏟아냈다.

많은 사람들이 이상호 기자의 분노와 눈물에 이토록 박수와 공감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위기 앞에 무능력한 정부, 그도 모자라 부적적한 처신으로 화를 돋우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있다. 열흘이 지나도록 생환자는 '0'인 상황에서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졌고, 철없는 국회의원들과 공무원들의 말과 행동이 기름을 부었다. 꺼져가는 희망, 커져가는 절망 속에 이상호 기자의 진심어린 분노와 눈물이 피해자 가족에게는 위로가 됐다. 정부도 이제 면피와 수습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슬픔을 함께하는 진심어린 행동으로 피해자 가족과 이번 참사로 시름에 젖은 국민의 눈물을 닦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