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재난안전관리는 '뒷전'…실행력은 '제로'
2014-04-24 08:13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볼 수 있듯이 재난안전관리 정책이 그간 정부의 정책과제 우선순위에서 홀대받았다. 업무계획상 추진과제로 선정되더라도 이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추진에 힘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현 정부 출범 당시 국민안전을 중대 가치로 내세웠지만, 정작 지난 1년여간 경제활성화 대책 마련 등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바빴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24일 최근 몇년 간 부처별 업무계획을 살펴보면 재난안전관리 관련 정책과제는 한구석에 조그맣게 자리 잡거나 아예 생략된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해양안전 정책은 2008년 MB정부 조직개편으로 해수부의 해양 업무가 국토해양부로 편입된 뒤 업무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리면서 추진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토부 통합 이전인 2007년 해양수산부 업무계획은 '해양안전관리시스템 선진화'를 주요 정책과제로 삼고, 기존과제 추진성과를 비롯해 우수 선원인력 양성, 선진형 해양안전 및 보안관리 체제 구축 등 정책방향을 설명했다.
이듬해 해양 업무를 이관받은 국토부의 업무계획은 해양안전과 관해 단일선체 유조선 운항금지, 해역 안정성 평가, 통항분리대 재설정 등 짤막한 내용의 추진 계획을 제시했다. 반면,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사업, 보금자리주택 등 MB정부의 대표적 토건사업이 그 해 업무계획의 대부분 분량을 차지했다.
2009년과 2011년에는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해양안전 관련 언급이 아예 사라졌다. 이 같이 미흡한 추진성과는 세월호 참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013년의 경우 어선 등의 사고 감소로 전체 해양사고가 전년 대비 12.1% 감소했지만, 화물선, 유조선 사고는 오히려 각각 8.1%, 25.6% 증가했다. 올들어서만 여수와 부산 등 2곳에서 유류 유출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경도 여객선 등 다중이용선박에 관한 관리 방침은 원론적인 수준을 되풀이하는 등 대형 해양사고에 대한 대비가 소홀했다. 실제 해경의 2010∼2011년 업무계획에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에 대비한 내용은 없고, 어선이나 해수욕장 구조 등에 관한 사항만 담았다.
전문가들은 여객선 등 다중이용 선박에 대한 안전관리 매뉴얼 제정, 해상교통질서 저해사범 단속 등 원론적인 계획이 반복적으로 제시됐지만, 세월호 사고에서 힘을 발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양 안전사고 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적인 재난안전사고와 관련한 위기관리 대책 마련도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컨트롤 타워 부재 문제는 이전부터 수차례 지적돼왔음에도 뚜렷한 성과없이 표류하고 있다. 재난안전 관리를 총괄하는 안전행정부의 업무계획에는 재난대응체계 관련 정책이 상대적으로 적고, 그나마 마련된 추진계획들도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실제 세월호 참사 대응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총괄 지휘 역할을 못한 채 '골든 타임'(사고 발생 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유효기간)을 놓치는 중대한 우를 범했다.
경찰·소방 등 기관별로 운영 중인 무선통신망을 통합·연계하는 '재난안전무선통신망'(재난망) 구축하는 사업도 몇년째 지연되면서 추진이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이는 세월호 침몰 초기 당시 해경과 안행부, 중대본 간 지휘체계의 혼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부처를 총괄하는 총리실도 재난안전관리 분야에 소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총리실은 지난해 10월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와 관련해 블로그에 올린 '총체적인 국가재난관리체계 강화'라는 글에서 "국가재난관리는 정부의 일차적 기능"이라며 총체적 국가재난관리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재난·재해나 대형 사고에 대한 부분이 미흡했으며, 올해 역시 △국민중심 국정과제 △비정상의 정상화 △정부규제 혁신 △선제적 국정현안 등 4대 핵심전략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컨트롤타워 부재 등 정부의 미숙한 재난안전사고 대처를 지적하면서 섣부른 시스템 개편이 아닌 정확한 원인분석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덕훈 동국대 경영대 교수는 "대형 사고가 났다고 무턱대고 매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상위기관을 만든다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마련한 매뉴얼 등이 왜 잘 지켜지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