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연예인' 곽한구의 시끌벅적 결혼식, 박수치고 웃어줄 수 없다
2014-04-23 11:07
"시국이 이런데 시끌벅적 결혼식이라니"
23일 오전, 지금은 비연예인인 곽한구 측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메일을 받았다. 물론 해당 메일은 국내 언론사에 동시에 배포됐다.
"개그맨 곽한구 결혼식 취재관련 사항입니다. 본래 세월호 참사로 현장공개를 비공개로 진행하고자 했으나, 많은 기자님들의 요청으로 공지 드립니다. 일시 : 2014년 4월 26일 11시 30분, 장소 : KBS 신관홀, 촬영 : 사진, 영상, 방송 촬영 가능"
오는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홀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각 언론의 연예부 기자들이 참석해 '축하'해달라는 일종의 '초대장'이다.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자신과 피앙새의 모습을 만천하에 알려달라는 공문인 셈이다.
내용 중 잘못된 띄어쓰기나 어법은 굳이 지적하지 않겠다만, 그의 '결혼식 취재 공문'은 어떻게 봐야할까.
혼인하게 되면 백년가약을 맺고 백년해로하게 된다는 인륜지대사. 물론 곽한구의 결혼은 언론을 비롯한 대중에게 축하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시기가 적절치 않다.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를 항해하던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이레가 지났다. 침몰 당시 세월호에는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비롯해 476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129명이 숨지고 174명이 구조됐다. 174명은 실종 상태다. 안타까운 사연이 줄지어 공개되면서 대한민국은 같이 울었고, 방송가는 완전히 정지됐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웃을 수 없고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없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기만 한데 곽한구의 결혼식은 대수가 아니다.
배우 이요원의 결혼식 이후 본식 비공개가 관례화된 최근, 본식까지 공개하겠다고 나선 그의 결혼식에 참석해 마냥 웃으며 박수칠 수 없다는 말이다.
곽한구의 행보가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가 비연예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동차 딜러로 변신하면서 개그맨이길 포기한 그가 연예부 기자들을 따로 초청해 시끌벅적한 결혼식을 계획 중이라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세월호 침몰 사고를 진심으로 슬퍼하고 함께 애도하며 실종자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다 연예인들의 행보와 일견 비교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승원이 22일 세월호 참사에 애도를 표하며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부했고, 같은 날 배우 김보성과 장미인애도 이 단체에 각각 1000만 원, 500만 원을 전달했다. 주상욱은 구조 작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써달라며 한국구세군에 3000만 원을 기부했으며 그가 출연 중인 MBC 드라마 '앙큼한 돌싱녀' 출연진과 스태프도 400만 원을 따로 모아 구세군에 기탁했다. SBS 수목극 '쓰리데이즈' 제작사 골든썸픽쳐스도 구조 작업을 돕고자 한국구세군을 통해 3000만 원을 기부했다.
그뿐만 아니다. MBC '무한도전'과 '아빠 어디가'는 예정돼있는 촬영을 취소하면서 희생자 가족들과 슬픔을 같이했다. SBS는 새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제작발표회를 취소, 첫 방송 날짜도 연기했다. '신의 선물-14일' 역시 시국을 반영해 호화스러운 종방연 대신 조촐한 자축파티로 마무리했다.
과거 두 차례 외제차 절도 혐의로 검거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곽한구의 자중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