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사퇴하라" VS 김종준 "임기 채운다"...관치금융 우려도
2014-04-22 15:36
일각에서는 김 행장에 대한 금감원의 사퇴 압박에 대해 "또다른 형태의 관치금융"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 김 행장의 중징계는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역시 금감원에 불쾌감을 내비쳤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투자 및 손실 문제로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은 김 행장이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 결정 내용을 홈페이지에 조기 게재했다.
특정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제재 내용을 미리 공개한 것은 처음으로, 사실상 금감원이 김 행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또 김 행장이 임기를 채울 경우 최고경영자 리스크가 은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력히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최고경영자가 중징계를 받고도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금융사의 기강 해이가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금감원의 사퇴 압박에 대해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행장에 대한 중징계 처분은 물론 사퇴 압박 역시 명분이 약하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김 행장의 투자 규모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중징계를 받았을 때 문제가 됐던 돈의 규모보다 훨씬 적은데도 과연 김 행장이 중징계를 받아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 연임에 실패하자 금융당국이 김 행장에게 보복성 징계를 내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자칫 지난해 이장호 전 BS금융지주 회장이 금감원의 압박을 받고 사퇴했던 것처럼 또 한차례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김승유 전 회장 역시 금감원에 강한 불쾌감을 내비쳤다. 그는 "나에 대한 징계는 어차피 처음부터 (금감원)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놓아두었지만 행장까지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이 동일 사안을 두고 반복적으로 검사한 데 이어 민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에게 대놓고 퇴진을 압박하는 데는 뭔가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물론 김 행장이 CEO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했다면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CEO로서 잘못을 했다면 사퇴를 하는 게 적절한 처신인데도 불구하고 임기를 채우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중징계를 내렸지만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금감원 입장에서도 압박을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