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생명경시-뒷북대응…‘우왕좌왕’ 5일간 정부 행적

2014-04-21 15:40
초기대응 미흡·매뉴얼도 무용지물…정지된 위기관리 시스템
총체적 난맥상…불신 초래한 정부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초기대응 미흡과 매뉴얼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특히 사고 발생 후 지난 5일간 정부는 대형 재난사고에서 일사분란한 지휘체계를 보이지 못하면서 구조작업이 지연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무능력한 행정 시스템을 경험한 국민은 대형 재난사고에서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에 불안감만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국민들의 불신만 키우고 있다며 재난 발생시 이를 지휘 감독하는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이번 사고에서 총체적 난맥상을 보였다.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셈이다. 정지된 위기관리 시스템은 그동안 탁상행정이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수천개에 달하는 재난 매뉴얼은 실전에 대비한 훈련이 미흡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5일간 세월호와 관련한 정부 대응이 ‘생명경시-뒷북대응’으로 평가받는 것도 난맥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공식적인 총괄조정기구인 중안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은 5일 동안 지휘부가 수시로 바뀌었다. 처음 사고 소식을 접하며 중대본이 구성될 당시에는 안전행정부 차관이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현장으로 내려간 해양수산부 장관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해수부와 해경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정홍원 총리가 직접 진두지휘에 나섰다. 이렇게 지휘본부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까지 이틀이 걸렸다.

문제는 이틀 동안 정부가 지휘체계를 잡는 사이 생존자를 구조할 ‘골든타임’이 허망하게 지나갔다는 점이다.

정 총리가 본부 책임자로 운영해도 삐걱거리는건 마찬가지다. 국가재난 대응을 맡은 안전행정부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수 사이에 협력·공유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초기대응 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늑장대응이 이뤄진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급기야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20일 ‘현장에 투입된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청와대 상경을 감행했다. 사고 발생 5일째를 맞았지만 승원인원과 구조자·실종자 수가 수시로 바뀌자 정부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실제로 정부는 16~18일 3일일 동안 구조자 수를 7번이나 잘못 발표하는 오류를 냈다. 16일 오전 11시 161명을 시작으로 179명→368명→164명→174명→179명→174명으로 18일 오후 10시까지 구조자 명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 16일에는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유력한 ‘방향전환(변침)’에서 해수부와 해경의 이견이 엇갈렸다. 해경 수사본부는 항로를 변경하는 지점인 ‘변침점’에서 무리한 회전이 사고 원인이라고 지목한 반면 해수부는 항로이탈은 불가능하다며 상반된 의견으로 충돌했다.

또 17일에는 중대본이 잠수사가 선체에 진입했다고 발표했지만 10여분 후 해경이 진입에 실패했다고 번복해 혼란이 가중됐다.

현장 실종자 가족들과 소통도 원활치 못했다. 정홍원 총리는 실종자 가족의 임시 거처인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다가 물세례를 받기도 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고급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는 장면이 구설수에 올랐고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기념사진 촬영 오인으로 곤혹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