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분양은 '따근', 매매는 '썰렁'...투자처는 어디로?

2014-04-17 14:50
신규분양 잇따라 순위내 청약 마감., 전월세 과세로 매매는 위축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기존 매매는 주춤하고 신규분양은 활발한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청약 1순위 마감된 '아크로힐스 논현' 모델하우스. [사진제공 = 대림산업]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국내 주택 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에서 재건축 매매는 주춤한 반면 신규 분양은 활발한 '이상 기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전월세 과세 대책 발표후 매매 시장은 재건축을 중심으로 하락하고 있는 반면, 신규 분양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잇따라 순위내 마감되고 있다.

17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를 재건축 한 대림산업의 ‘아크로힐스 논현’이 지난 16일 청약접수에서 1순위 마감됐다. 53가구 모집에 336명이 접수해 평균 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84㎡A(이하 전용면적)는 23대 1로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앞서 9~10일 청약을 실시한 ‘역삼자이’도 평균 1.8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순위내 마감에 성공했다. GS건설이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6차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중대형임에도 모두 주인을 찾게 됐다. 강동구 고덕동 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도 10~11일 청약에서 1.54대 1의 경쟁률로 전주택형이 순위내 마감됐다

교통·학군 등 입지가 우수한 강남권에 적절한 분양가가 성공 원인으로 꼽힌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랜드마크였고 워낙 입지가 좋았다”며 “분양가가 수요자들이 생각한 상한선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되면서 큰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반면 기존 재건축 매매시장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2월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를 통해 사실상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로 작용하는 임대 과세 방침을 발표하면서 매수세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4월 둘째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가격은 전주보다 0.08% 내리며 4주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송파구가 0.45%, 강남구 0.06% 각각 떨어졌다. 

송파구의 경우 가락동 시영아파트가 대법원의 사업시행계획 취소 확정 판결을 받아 실망매물이 등장했다. 43㎡가 5억원, 49㎡가 5억4000만~5억5000만원 선으로 일주일새 1700만~2700만원이 내렸다. 개포주공 6단지 25㎡와 34㎡ 고층은 현재 호가(부르는 값)가 각각 6억5000만원, 8억8000만원으로 이달초보다 1000만원씩 하락했다.

부동산114 이미윤 책임연구원은 “단기간 가격이 오르며 부담이 됐고 임대소득 과세 부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됐다”며 “신규 분양으로도 수요자가 옮겨 거래는 다소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존 아파트 대신 신규 분양에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 정책에 민감하고 리스크도 큰 기존 재건축보다는 입지가 우수한 곳에 안정적으로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가 많다는 해석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역삼자이 모델하우스 내방객은 대부분 사업지 인근에 전세로 거주하며 향후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진입할 계획을 가진 실수요자였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향후 강남권에서 분양을 앞둔 단지들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한라는 이달 중 도곡동 동신3차를 재건축한 ‘도곡 한라비발디’ 110가구 중 16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서초구 신반포1차를 재건축 단지인 ‘아크로리버파크 2차’ 310가구 중 250가구를 일반에 공급한다.

일각에서는 지금이 기존 재건축에 투자해야 하는 적기라는 주장도 나왔다. 강남권 미래가치가 뛰어난 만큼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것이다. 소형 의무 건립 비율 폐지 등 정부의 규제 완화도 한 몫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이남수 서초PWM센터 PB팀장은 “지난해에 비하면 분양단지 청약경쟁률은 오히려 낮은 편”이라며 “소형 의무비율 폐지로 다양한 주택형 공급이 가능해져 압구정이나 반포 등 일명 '특A' 지역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