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대국민사과, 민심 악화 의식했나
2014-04-15 14:26
지방선거 악영향 차단…야당 파상 공세로 논란 지속될 듯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국정원의 환골탈태를 강도 높게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또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 전날 서천호 국가정보원 2차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데 이어 이날 사실상의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시 강력한 문책방침을 밝힌 것은 그만큼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이번 조치로 사태를 빨리 일단락짓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서 2차장의 사표수리와 국정원의 쇄신책 마련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인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논란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꼬리 자르기 수사에 이어 책임도 꼬리 자르기 행태냐”며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와 특검을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새정련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검찰의 국정원 간첩증거조작 의혹사건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몸통은 손도 못 대고 깃털만 뽑았다"며 특검 도입과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문책인사를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최선을 다한 수사였다고 평가하며 남 국정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는 데 차단막을 쳤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여당이 선거에 불리한 상황이므로 정보기관 수장을 바꿔야 한다는 논리는 전혀 수긍할 수 없다"며 "선거용 국면 돌파에 남 원장을 활용하자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14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대공수사처장(3급) 등 국가정보원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명을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했다.
국정원 이모(54·3급) 대공수사처장의 지시 내지 묵인 아래 권모(50·4급) 과장과 기획담당 김모(47·4급·구속기소) 과장 등이 실무를 주도하고 이인철(48·4급) 중국 선양(瀋陽) 총영사관 교민담당 영사가 가담하는 형식으로 증거조작이 진행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남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증거위조 지시나 개입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 씨 사건 수사 또는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사 2명에 대해선 증거위조를 인지하거나 관여한 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