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재영 “‘방황하는 칼날’은 청소년이 아닌 어른이 봐야 할 영화”

2014-04-14 11:58

[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배우 정재영(43)은 지난해부터 다작을 해오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로 스타트를 끊은 뒤 ‘열한시’(감독 김현석) ‘플랜맨’(감독 성시흡)으로 관객을 찾았다.

그리고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이 지난 10일 선을 보였으며 ‘역린’(감독 이재규)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중 ‘방황하는 칼날’은 정재영의 감성연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백야행’ ‘용의자X의 헌신’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정재영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사회적 이슈를 많이 다루는 소설가로 알고 있다”면서 “집필 당시 일본에서 콘크리트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진=이형석 기자]

“고등학생들이 재미로 여중생을 납치해 끌고 다니다 성폭행을 하고 공사장 콘크리트에 묻은 사건이 발생했어요. 청소년이 저지른 일이라고 하기엔 사이코패스적인 심각한 사건이었죠. 죄책감도 없었다더라고요. 그 사건으로 인해 일본 내에서 청소년 법이 도마에 올랐죠. 현실에서 말도 안되는 큰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는 거죠.”

그런 말도 안되는 일들이 한국에서도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도 그렇고, 실제로 한 여학생의 아버지가 성폭행을 했다고 의심되는 남학생을 살해하는 일도 발생했다. 청소년 성범죄를 다룬 영화를 청소년들도 보고 경각심을 일깨워야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정재영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사진=이형석 기자]

“당연히 15세관람가는 못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정재영은 “청소년이 봤을 때 오히려 부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 자체를 모방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학생들이 봤을 때는 자기가 ‘그런 일’을 겪는다고 상상했을 때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이어 “어른들에게 더욱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어른들이 반성해야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가 피해자 가족이 아니라 ‘가해자’ 가족이 됐을 때를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방황하는 칼날’은 ‘테이큰’과는 다른 영화인거죠. 어떤 게 더 공정하고 올바른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지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현실에 발을 붙여서 보여주는 영화. 제 역할에 많은 공감을 하면서 촬영에 임했어요.”
 

[사진=이형석 기자]

극 중 상현(정재영)은 딸의 복수에 나서면서 여러 사건을 일으키지만, 혼자 생각하고 연기하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정재영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회상했다. “저 혼자 감정을 추슬러야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많은 것보다 혼자 있는 편이 더 좋았다”면서 “실제로 대관령에서 촬영을 했는데 손이 조금 시렸던 것을 빼면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실제로 그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원래 촬영장에서 굉장히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굉장히 무거웠어요. 작품이 작품인 만큼 정신적으로 짓누르는 감도 있었고요. 여기서 잔재주를 부리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죠. 만약에, 피의자가 자기 딸을 범하는 장면이 들어있는 동영상을 보고 있더라면 어느 아버지라도 그 순간 이성을 잃을 것 같아요. 아버지가 아니라도 친한 옆집 딸이 그런 일을 당해도 그럴 것 같아요.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겠죠.”

영화 속 대사 하나, 행동 하나에 혼신을 다한 정재영의 연기는 전국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