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택시사고의 교훈-방치된 고령운전](9)운전의 베테랑인가 거리위의 폭탄인가?

2014-04-14 10:00
"65세 이상 고령자 시력·청력이 저하, 12개 노인성 질환 노출...반응 시간 현저히 늦어"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고령운전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시민들이 고령운전자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부분이 적어 실제로 법적 규제로 이어지지 않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평소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회사원 김씨(30, 여)= 매일 어린이집에서 아이와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이동해 다양한 택시운전자들을 만난다. 가끔 백발의 노인이 택시를 운전하는 것도 쉽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그는 안전운전에 더욱 신경을 쓰며 아이의 안전을 염려하며 주행속도를 지킨다. 오히려 젊은 운전자들처럼 가속하거나 추월하는 경우가 적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택시를 이용할 경우 더 안심이 된다.

#지방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최씨(32, 남)= 늦은 시간까지 업무가 이어지다보면 일주일에 한번 씩은 택시를 이용한다. 한 눈에 봐도 할아버지 같은 노인이 운전하는 택시를 타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오랜 택시 경험으로 운전하는데 있어서는 베테랑 같은 느낌이 든다.

#승무원 김씨(35, 여)= 젊은 택시 운전자들 가운데 욕설을 하며 거친 운전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반면 나이 드신 운전자는 느긋하면서 침착하게 상황을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승객으로서 안심하고 택시를 이용하게 된다.

이와 같이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박사가 시행한 시뮤레이터 결과에 따르면 고령운전자가 비고령운전자에 비해 주행속도는 낮고 속도편차도 낮게 나타났다. 이는 고령자가 비고령자에 비해서 조심스러운 운전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 박사는 설명했다.

하지만 강 박사는 "서울 및 6대 도시에 분포한 700명의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운전자 의식조사 결과 65세 이상 고령자 184명 중에서 자신을 고령자가 아니라고 인식하는 사람의 빈도가 57.1%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오랜 운전경험과 위급 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난다 할 지라도 신체적 능력이 저하되기 시작하는 연령대에는 비고령운전자에 비해 모든 면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스스로 고령자라는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령운전자로 인해 불편을 느낀 시민도 있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민씨(36, 여)= 어느 날 70대 가량 보이는 노인이 운전하는 택시를 탄 적이 있다. 거주하고 있는 곳이 골목이 많은 곳이라 택시운전자에게 길 안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운전자가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길을 지나쳐 평소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집에 도착했다.

#영업직에 종사하고 있는 김씨(36, 남)= 직업 특성상 이동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몇 달 전에 자차를 수리 맡겨 택시를 이용하며 이동해야한 적이 있었는데 나이 지긋한 분이 운전하는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탄 이유 중 하나는 목적지까지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 인데 신호가 바뀌고도 한 참 후에 반응하거나 주변의 차보다 주행 속도가 느려 속이 탔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고령자는 시력·청력이 저하되며 주의력과 정보처리속도 등 인지기능의 변화가 급격이 진행된다. 또 안과와 심혈관계통 등 12개 내외의 노인성 질환으로 다양한 신체기능의 감퇴가 일어난다.

또 고령운전자들은 비고령운전자들에 비해 돌발상황에 대한 반응시간이 현저히 비고령자에 비해 늦어 위험상황 발생 시에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김 연구원은 "고령운전자에 대한 교육을 통해 스스로 고령자라는 인식을 하게끔 도와야 한다. 술 취한 사람이 스스로 술 취했다고 말하지 않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고령자라고 하지 않는다"면서 "고령운전자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굉장히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