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없는 아름다운 봄날”
2014-04-09 13:30
산림청장 신원섭 칼럼
지난 4월 5일 식목일은 절기상 청명이었고 다음날은 한식이었다. 이맘때는 날씨가 밝고 화창하여 온갖 초목이 새로 자라는 봄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온 세상의 기운이 왕성해지다 보니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이때는 일년 중 나무심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이다.
나무심기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농사준비를 하고, 조상들의 산소도 손질하기에도 좋은 시기이다. 그러다 보니 한쪽에서는 정성스레 나무를 심고, 다른 한쪽에서는 농사준비가 한창이다.
올해도 식목일을 전후해서 많은 나무를 심고 있다. 전국적으로 여의도의 76배에 이르는 산림에 약 5000만 그루를 심는다. 국민 1인당 평균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금강소나무와 안면도소나무 후계목을 심고 섬 지역 녹화, 대둔산 철쭉복원, 득량만 난대림 경관조성 등 아기자기한 모습의 지역특화 조림도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조림이 본격 추진된 것은 1970년대다. 그 당시 나무의 양을 나타내는 임목축적은 지금의 10%가 안 될 정도로 적었다. 대부분 산이 민둥산이었다. 민둥산에서는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산사태와 수해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었다.
우리나라는 1973년 치산녹화계획을 수립해 1987년에 국토녹화를 완성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우리나라의 국토녹화를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인정했다. 현재의 울창한 산림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대통령부터 일선 산림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온 국민의 정성이 합쳐져서 울창한 숲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제 녹화에 성공한 울창한 숲을 정성스레 가꾸고 관리하여 지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매년 식목일과 청명·한식을 전후해 산불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균 10여건의 산불이 발생해 운동장 면적 180개 정도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한다. 미래를 위해 정성스레 나무를 심는 봄철에 다른 한편에서는 애써 가꾼 숲이 불탄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피해면적이 자그마치 2만3000ha로 단군 이래 최대 산불로 불리는 2000년 동해안 산불, 낙산사를 전소시키면서 국민의 가슴까지 불태웠던 2005년 양양산불도 식목일과 청명·한식 전후로 발생했다.
해마다 이맘때는 산불을 막기 위해 산림공무원들은 그야말로 불철주야 노력을 하고있다.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산불을 없애기 위해서는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산불의 문제는 바로 산불이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산림보호를 조금만 생각한다면 산 아래 논·밭두렁에 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성묘 가서 불을 피우거나 자동차를 타고 가다 담배꽁초를 밖으로 버리는 행위는 더 위험하다.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대형 산불의 불씨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조심하고 조심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보존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애국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