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FTA] "한우농가 상당한 피해 있을 것"
2014-04-08 14:52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한국과 호주가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함에 따라 쇠고기 등 일부 농축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쇠고기는 현재 40% 관세율이 매년 약 2.6%씩 낮아져 15년차에는 관세가 완전히 없어진다. FTA가 내년 발효된다고 가정하면 2030년쯤에는 호주산 쇠고기가 무관세로 수입되는 셈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ㆍ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호주와의 농산물 교역액은 25억4668만 달러였다. 이 가운데 수입액은 24억4893만 달러로 수출액 9775만 달러의 25배가 넘었다.
이가운데 쇠고기는 시장개방과 동시에 집적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는 넓은 초지에서 소를 방목한다. 가둬서 사료를 먹이로 주며 키우는 미국보다 생산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호주산 쇠고기는 가격경쟁력을 가질 뿐더러 '방목하는 청정 호주산 쇠고기'라는 인식은 호주산 쇠고기의 수요를 더욱 증가시킨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쇠고기 30만t 가운데 16만500t이 호주산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관세가 내려가는 상황에서도 호주산 쇠고기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52%에서 55%로 늘었다.
한-호주 FTA가 발효되면 호주산 쇠고기의 점유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호주축산공사는 한-호주 FTA로 15년간 호주산 쇠고기 수출이 12억5000만 호주달러(약 12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우농가에서는 이번 한-호주 FTA를 생각하며 긴 한숨을 내쉰다.
20년째 한우를 사육하는 변 씨는 "한-호주 FTA가 국내산 축산물 소비기반을 무너뜨려 축산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며 "칠레·미국·EU와 맺은 FTA를 통해 쇠고기 등의 수입이 크게 늘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변 씨는 "쇠고기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한우 품질을 고급화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말을 믿고 한우를 계속 키우고 있다"면서도 "높아지는 사료값과 싼 수입쇠고기로 인해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달 사료값만도 1000만원가량 드는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소에게 사료를 충분히 먹이지 못할 때는 정말 가슴이이 아프다"며 "정부가 시장개방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빠른시일내에 발표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덕호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FTA 타결 기준으로 한우농가의 피해 관련 시뮬레이터를 돌리는 등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한-EU FTA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피해를 근거로 한우농가에 대한 피해보전 직불제 현실화, 한우산업 경쟁령강화를 위한 세제지원 등의 적극적인 지원, 축사시설현대화 사업 등의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