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 소지섭, 기억하니?" 광고 1세대 사진작가 김우영의 귀환

2014-03-31 17:01
상업 벗고 순수예술사진가로 변신 한국서 7년만에 사진전..4월2일부터 박여숙화랑서

 

사진작가 김우영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7년만에 한국에 돌아온 이 남자, 행복하다고 했다.

 '광고 사진 1세대'로 90년대를 풍미한 사진작가 김우영이다.

'광고쟁이 사진가'라는 이름을 버리고 뉴욕에서 그는 순수 예술 사진작가로 변신에 성공했다. 자연과 산업개발로 변해가는 도시의 모습을 관조적인 자세로 포착한 그의 사진은 미국 사진시장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LA아트페어에서 전시하던중 박여숙화랑의 제안으로 한국에서 7년만에 전시를 앞두고 있다. 미국에서 들어온 작가를 만났다.

 "'그 녀석들', 저를 기억할까요?"

 그의 존재감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자 쎈 발언이 나왔다. '그 녀석들'은 송승헌 소지섭. 지금은 톱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당시 풋내기 신인이던 송승헌과 소지섭의 얼굴은 그의 손에서 탄생됐다. 의류 브랜드 '스톰'의 광고사진이 그의 작품.

 1996년, 국내 광고계는 춘추전국시대였다. 급속한 경기발전을 타고 모델시장이 호황을 누렸다. 1990년대 중반 미국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대학원을 졸업하고 귀국한 김우영은 이 바람을 탔다.  

 김민희, 모델 장윤주 등 수많은 스타가 신인 시절 그의 카메라 앞에 섰고 현재 최고의 스타 사진가인 조선희는 당시 그에게 포트폴리오를 들고 왔다. 영화 '박하사탕'의 포스터도 그의 작품이다. 태평양에서 만든 브랜드 '헤라' 광고촬영으로 화장품 광고 판도를 바꿨다는 평도 얻었다. 모델은 배우 이영애였다.

 예나 지금이나 특히 돈의 가치가 왕좌에 앉아있던 광고계에서 그는 승승장구했다. 잡지 '네이버'(Neighbor)를 비롯한 패션 매체도 여러 개 론칭하며 5년 넘게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지냈다. 

 그런데 이상했다. 돈을 벌면 벌수록 삶은 허덕였고 정신은 피폐해졌다. 산에도 다녀봤지만 고갈된 정신은 나아지지 않았다.

 기회가 왔다. 2007년 하아이대학에서 강의를 맡아달라는 계기로 상업예술의 정글에서 빠져나왔다.
 

김우영 ‘Wilshire blvd’, 121x171 cm, ed1/7, C_Print.


 이후 캘리포니아 근교 사막 핀란에 정착한 김우영은 주변의 풍경을 "편히 관찰하며" 카메라에 담고 있다. 

 "처음엔 뉴욕을 갔는데 몇년간 작업하기가 쉽지않더라고요. 캘리포니아에 와서 자동차 한대를 사서 1년간 여행하다가 사막도 있는 캘리포니아가 마음에 들어 정착하게 됐죠." 

 사막 바다 햇빛 공기 바람과 같은 자연이 가까이 있고, 자본주의와 산업화의 마지막 자락으로 버려진 공장지대가 있는 풍경이 마음을 끌었다. 순수사진예술에 대한 갈망도 다시 피어났다.

 “미국이란 곳이 자본주의의 정점 같아요."  '자본주의의 끝자락에서' 그는 버려진 공장지대가 그대로 있는 지역적 특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시대와 사회 사람에 의해 소외되고 버려진 장소를 발견하는 재미에 빠졌다.

 광고사진가의 내공탓일까.  '버려진 풍경'이라는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작품속 풍경은 아름답다.  색감과 구도가 한폭의 영화 스틸같기도 하고, 비구상 회화처럼 감각적이다. 또 선과 면이 있는 집과 도로풍경에선 속도와 바람이 느껴진다.

 "한국의 사진 트렌드를 살펴보니 컴퓨터를 조합한 작품들이 많더라고요."  그는 그런 트렌드와 달리 자신은 전통기법, 사진의 기본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사진의 역할과 기본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할 생각입니다."

오는 4월 2일부터 청담동 박여숙 화랑에서 여는 이번전시에는 '도시'를 주제로한 사진작품 25점을 선보인다.

 도덕경 노자에 푹 빠져있다는 그는 요즘 유ㆍ무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사진은 방랑의 도구로 혼자할수 있는 작업으로 자신에게 딱 맞는다며 열정의 기쁨도 숨기지않았다.
 
 "다시 데뷔하는 심정입니다. 예전에는 남을 빛냈지만 이제는 저 자신을 위하고 싶어요. 사진작업 정말 행복합니다~." 전시는 4월 21일까지. (02)549-7575∼6.
 

김우영 ‘Bevery hills’, 121x156cm, ed1/7,C_Print.,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