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실버바 판매 허용됐지만 미적미적…왜?

2014-03-30 08:01

신한은행은 오는 12월 31일까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공식 기념 골드바 4종과 실버바 2종을 한정판매한다.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정부가 시중은행 창구에서 금처럼 은 상품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은 관련 상품 출시는 미지근하다.

은행들도 수익다변화를 위해 실버 상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탓에 관망하는 모양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28일부터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실버바(은괴) 판매에 들어갔다. 오는 9월 열리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공식 후원은행으로서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공식 기념바는 골드바 4종(1kg, 100g, 37.5g(10돈), 5g)과 실버바 2종(1kg, 100g)으로 단품과 세트로 전국 영업점에서 판매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업자도 구매 가능하다. 가격은 실시간 국제가격과 원ㆍ달러 환율에 따라 변동되며 개인 고객들은 구매 후 신한은행 전국 영업점에 다시 매도할 수 있다.

28일 현재 골드바는 부가세 포함 1kg에 5244만원이고, 실버바는 부가세 포함 88만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시세로 따지면 실버바가 골드바의 60분의1 가격도 안 되는 셈이다. 단위당 거래 가격이 골드바보다 저렴해 고소득자가 아니어도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은의 투자가치는 곳곳에서 부각되고 있다. KB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은의 수요는 산업용이 47.2%로 금(10.8%)에 비해 높다. 휴대전화, 노트북, 카메라 등의 배터리와 전기전자 제품 및 자동차의 전자회로에 사용되며 태양광 발전에도 쓰인다.

지금처럼 글로벌 경기의 회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은의 산업용 수요가 점차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면 은 가격의 상승 압력도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의 실버바는 연말까지만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이벤트성 상품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기념바는 판매대행이며, 기존의 골드바 상품처럼 기념 실버바를 정식 상품으로 확대할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좀더 추이를 두고보자는 입장이다. 지난해 실버바 판매 준비에 나섰다가 관련 법령 때문에 사업을 접었던 국민은행도 "실버바 사업 계획은 없다"는 대답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은행 등에 실버바 판매 및 적립계좌(실버뱅킹) 등을 허용하는 은행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은행들 역시 수익원 다변화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했으나 현재는 손 놓고 있는 셈이다.

실버 상품 출시에 진척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은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금처럼 꾸준한 수요가 있을지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으로 달러화 강세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은행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통상 달러 가치와 원자재 가격은 서로 반대 흐름을 보인다.

김가현 KB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은 가격이 금 가격 대비 변동성이 높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며 "실버뱅킹이 나와도 골드뱅킹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파생결합증권으로 규정돼 수익에 대한 소득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